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이 이끄는 '개혁미래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뒤 화기애애하게 '제 3지대 협력'을 약속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 대표는 1일 전남 순천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개혁미래당을 향해 "지금은 그냥 거기도 윤핵관이랑 다를 바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굉장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미래당에 굉장히 실망했던 것이 무엇이냐면, 이분들이 대안을 놓고 ‘우리의 교통 복지 공약은 이것이다’ ‘우리의 병력수급 정책은 이것이다’ 이러는 게 아니다. 그분들 방송 나오면 이준석 이야기밖에 안 한다. 국민의힘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었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직후에만 해도 이 전 대표와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에 대해 "(연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분들"이라며 "최대의 공약수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 같다고" 했었다.
그랬던 이 대표가 태도는 "(설 전 통합 정당 출범 목표에) 너무 이르다", "빅텐트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는 등 조금씩 달라지다가, 이들이 '개혁미래당'이라는 당명(가칭)을 발표하자 '무임승차'라며 비판적 논조로 완전히 돌아섰다.
그는 지난달 28일 이들의 당명에 대해 "중국집에 전화기가 두 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옆에 신장개업한 중국집 이름 조금 알려져 간다고 그대로 차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개혁신당이 출범해 개혁을 화두로 삼아 이슈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가 합쳐져서 '개혁미래당'이라는 당명을 쓰겠다는 것은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 가장 최근까지 격렬한 '갈등의 상대'였던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도 대선 기간 내내 갈등에 시달렸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하기 전부터 시작된 갈등은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에도 이어져 결국 초유의 현직 당 대표 징계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갈등의 주제는 너무나 다양했고,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당 대표인 이 대표가 당원권 정기 6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은 명목상으로는 '당원 윤리 규칙 위반'이었지만, 윤 대통령과의 반복된 갈등이 폭발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야권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펼 때 자주 사용하는 '윤핵관'이라는 용어는 이 대표가 사용하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정된 '파국'이었다는 평가다.
안철수 의원과는 질긴 악연을 자랑한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었던 지난 2016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두고 처음 맞붙었다. 이후 각각 다른 당으로 이탈해 이 대표가 소속된 바른정당과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하며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이 전 대표가 사석에서 안 의원에게 'XX'라고 욕설해 논란이 인 뒤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지금까지도 해묵은 감정을 해소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시절인 2019년에도 손학규 당시 대표와 맞붙으며 내홍을 겪었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었던 이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와 재신임 투표를 언급하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바른미래당은 '이준석 징계'를 계기로 '분당'에 이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준석과 당연히 협력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향해 공개적 러브콜을 보내던 이낙연 전 대표의 '이준석 맛'을 본 소감은 어떨까. 측근을 통해 추측해보자면, 이 전 대표도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근인 개혁미래당의 신경민 전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에 대해 "속에 불 지르는 소리가 생활화된 분"이라며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고 일축했다.
이어 "원래 이준석 대표는 그런 걸 취미생활 내지는 일상생활화 돼 있는 분이라고 본다"며 "저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야지. 그걸 일일이 대꾸하고 그러면, 일이 잘되지도 않을 거고 무슨 도움이 되겠나. 역사와 대의에 복무한다는 의미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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