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 ‘대기성 자금’이 몰리며 MMF 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6조 달러(약 7941조원)를 돌파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인하 시기를 밝히지 않자,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협회(ICI)는 지난달 31일 기준 미국 MMF의 총자산 규모가 6조12억달러(약 794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월 마지막 주(1월 25~31일)에만 MMF에 417억 달러(약 55조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MMF는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종의 뮤추얼 펀드로 환매가 용이하다.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채권을 매수하기 전 자금을 넣어두는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국·공채, RP 등 신용 위험이 거의 없는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MMF 수익률은 중앙은행 금리와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Fed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때 투자금이 MMF에 몰리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네 차례 연속 동결되자,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MMF에 자금을 넣었다. 1일 펀드정보 제공업체 크레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100대 MMF의 평균 수익률은 연 5.17%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Fed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은 현금 마련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항목별로는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 정부기금 MMF에 316억 달러(약 42조원)가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어음(CP)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프라임 MMF에는 73억2000만 달러(약 9조7000억 원)가 유입됐다.
올해 들어 MMF에서 자금이 유출되기도 했지만, Fed가 2022년부터 공격적으로 긴축 정책을 시작한 이후 MMF에는 꾸준히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1월에는 미국 MMF에 1조1900억달러(약 1575조원)가 유입됐는데 이는 2012년~2022년 10년간 연간 평균 순유입액(1790억달러·237조원)을 크게 웃돈다.
블룸버그 통신은 “Fed가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사이클을 올해 안에 종료하고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이는 유동성 관리에 소극적인 기업들이 자금을 MMF에 예치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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