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자리연대
노동단체와 정당 간 조직적 통합을 추진하는 등 권력지향적인 정치투쟁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자리연대(상임대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장관)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4반세기:성찰과 과제’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조 발제에 나선 권혁 교수는 “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노동조합도 정당과 협업을 할 수 있을 뿐, 조직적 통합이나 산하 기구화는 엄격히 배제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민주화 이후 노동조합의 핵심활동은 정치활동이 아니라 사용자와 국가, 정당정치로부터 자주성을 견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2012년 이뤄진 한국노총과 민주당과의 통합같은 정치활동 방식은 노동3권을 인정한 헌법 정신에 맞지 않고 정상적인 노조활동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한국노총은 민주당과 조직 통합을 결의했지만, 정당법상 허용되지 않아 결국 민주당의 예하로 흡수된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채필 상임대표는 “노동조합이 주도해 정당을 만들거나 정당의 대표를 맡았다면 정체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노총 위원장이 통합당의 대표가 된 것도 아니고 민주당의 여러 최고위원 중 한 명으로 겸직하는 정도여서 노동조합이 특정 정당에 예속된 형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근로자 보호단체인 노동조합이 특정 정당에 사실상 편입되면 당론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근로자나 노동계의 목소리 대변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상임대표는 또 “국회에선 한국노총 출신 의원이 정부 당국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민주당과의 통합 세력임을 고백한 바 있다”며 “노사정의 한 파트너인 한국노총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연대를 넘어서는 정치활동을 하지말고 정도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지순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특권과 연계돼서는 안되고 불공정하거나 불법적인 수단을 정당화해서도 안된다”며 “법적 규제와 균형적 정치활동이 보장되더라도 합법적이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관계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노동조합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을 뿐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보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률이 아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법의 보호막 안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공정하고 균형적으로 실현해야 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과 충돌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이 그 이름을 내걸고 정치활동을 하려면 정당에 준하는 투명성과 준법성을 갖춰야 하며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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