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10명은 중동 지역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1973년 리처드 닉슨은 석유 금수 조치와 석유수출국기구 부상에 직면했다. 제럴드 포드의 짧은 임기는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가려졌다. 이란 혁명 당시 주이란 미국 대사관 내 수십 명이 인질로 잡히면서 지미 카터는 재선 희망을 접어야 했다. 1983년 미군 241명이 사망한 베이루트 폭탄 테러 등은 로널드 레이건에게 최악의 순간을 선사했다. 조지 H W 부시는 걸프전에 참전했고, 빌 클린턴은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팔분쟁에 대한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자 “당신은 나를 실패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를 결정지었다. 버락 오바마는 중동에 얽히지 않길 원했지만 임기 후반 이슬람국가(ISIS)와 싸웠다. 아브라함 협정과 이란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정책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했다. 현 바이든 정부에선 의도와 달리 미국이 지역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동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미국도 중동 불안정으로 인해 유럽, 인도, 중국 등지에 석유,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격렬한 민족, 이념, 종파 갈등과 내전, 정치적 불안정은 글로벌 위기를 초래하고, 9·11 테러처럼 미국의 안보도 위협할 수 있다.
지난 50년간 고통스럽게 경험한 것처럼 미국인들은 중동을 ‘해결’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중동 정책은 본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란, 러시아, 중국과 같은 야심 찬 패권국들이 이 지역을 지배할 힘을 얻거나 주요 경제에 대한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The Middle East Is Biden’s Worst Crisi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