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이면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유럽 사교계의 꽃’이라고 불리는 왈츠(Waltz) 무도회, 빈 오페라 볼(Vienna Opera Ball)이 열린다.1935년부터 시작된 이 무도회는 발레와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 사교계에 처음 데뷔하는 만 17세 이상의 신예들이 춤으로 인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무도회 전에 벌어지는 오프닝 행사는 늘 주목받는다. 40만~3000만원에 달하는 비싼 티켓을 사기 위해 일한다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오스트리아의 권위 있는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행사는 2월 8일로 예정돼 있다.
베버, 쇼팽, 라벨 등 여러 작곡가가 매력적인 왈츠 곡들을 내놓았지만, ‘왈츠’라는 단어를 들으면 왈츠의 황제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빈 오페라 볼에서도 해마다 빼놓지 않는 건, 100쌍이 넘는 신예들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에 맞춰 왈츠를 추며 오프닝의 대미를 장식하는 일이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커플들이 함께 추는 다양한 바로크댄스가 사랑받았지만, 18세기에 등장한 왈츠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바로크댄스는 남녀가 손을 잡고 추는 정도였지만 왈츠는 파트너와 서로 부둥켜안고 추기 때문에 한때 외설적이라는 비난과 함께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남녀가 서로 안고 추는 최초의 춤이란 점 외에 왈츠의 큰 특징 중 하나는 4분의 3박자의 리듬에 맞춰 추는 춤이라는 점이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이 추고 있는 룸바, 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블레 등 대부분 커플댄스 음악은 4분의 4박자 혹은 4분의 2박자다.
왈츠는 4분의 3박자로 추기 때문에 경쾌함이 남다르다. 기본적으로 몸과 다리의 방향이 다운(down), 업(up), 다운(down) 스텝을 밟는데, 몸을 낮췄다가, 세웠다가, 다시 낮춘다. 첫 번째 비트에 악센트를 주기 때문에 춤의 느낌은 강, 약, 약으로 진행된다.
발레에서도 왈츠는 중요한 부분이다. 작품 안에서 왈츠의 춤과 음악이 사용될 뿐 아니라 왈츠에서 가져온 발레의 스텝이 따로 있기도 하다. 그 동작은 바로 발랑세(Balanc)다. 발랑세는 왈츠와 마찬가지로 4분의 3박자에 맞춰서 다운, 업, 다운의 스텝을 밟되, 다리는 턴아웃을 유지하고 사선으로 움직인다. 중요한 부분은 다리와 몸을 낮추는 다운 스텝에서도 에너지 흐름과 호흡을 위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왈츠라는 단어를 들으면 4분의 3박자의 생기가 돈다. 봄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린다. 2월은 그런 의미에서 왈츠와 잘 어울리는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카렐 차페크는 <정원가의 열두 달>에서 2월을 이렇게 표현했다.
“2월은 1년 중 가장 짧은 달. 열두 달 가운데 가장 덜떨어진 애송이 달이다. 하지만 꼴에 변덕스럽게 그지없을 뿐 아니라 교활하기로는 열두 달 가운데 단연 최고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월을 두고 “정원가들에겐 봄의 첫 신호를 찾아 헤매는 달”이라고도 말했다. 새로운 계획을 야심 차게 세웠지만 작심삼일을 거듭하다가 새로운 사람이 되기는커녕 바로 한 달 전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는 시점. 하지만 2월은 우리에게 ‘설날’이라는 또 다른 시작을 선사한다. 마침 올해는 윤년이 끼어 2월의 하루를 더 선물 받았다. 언 땅은 녹기 시작한다. 호흡은 계속 위로,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왈츠의 리듬에 나를 싣는다. 다운, 업, 다운, 발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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