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없을까. 홍제동 방화 사건을 다룬 ‘소방관’이라는 영화를 찍긴 찍었다. 하지만 주연 배우의 음주운전 탓에 2년 가까이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홍제동 방화 사건은 2001년 서울 홍제동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소방관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최악의 참사다. 불을 지른 집주인 아들은 이미 도주했지만 소방관들은 “사람이 남아 있다”는 말에 다시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 수색 중 2층 주택 전체가 무너지며 그들은 어이없는 희생자가 됐다. 당시엔 방화복조차 없어 비옷인 방수복을 입고 화재 진압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들의 희생이 아주 헛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의 한 육가공 공장 화재에서 젊은 소방관 두 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공장에 남은 직원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다.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순직소방관추모관’이 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하면 1945년부터 지금까지 순직한 428명의 소방 영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중 최근 10년간 화재와 구조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대원만 42명이다.
두 영웅이 떠난 날 공교롭게도 올해 1683명의 소방공무원을 채용한다는 소방청의 발표가 있었다. 보다 정교한 재난 현장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슬픈 영웅’이 더 이상 늘지 않길 바란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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