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비가 지속 감소 중인 상황에서의 의무매입은 가격 하락 촉진은 물론이고 쌀시장 자체를 망가뜨릴 개연성이 높다. 정부 매입비 급증은 진입장벽이 낮은 쌀농사로의 이전을 부추겨 다른 작물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년 전 6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종합농업단체협회의가 이례적으로 양곡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은 동일 회기 내에 다시 심의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사문화한 꼼수 입법이라는 지적도 불가피하다.
여러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민주당은 쌀 외의 농산물에도 가격보장제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은 ‘농안법 개정안’을 함께 농해수위에서 통과시켰다. 양곡·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하락하면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는 반시장법이다. 배추 무 건고추 마늘 양파 등 5대 채소에만 적용해도 연 1조20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다행스럽게도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는 무망하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비교섭단체 거수기’로 활용하는 편법을 또 동원했지만 여당 간사가 버티는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어렵다. 패스트트랙으로 우회해도 최소 5개월이 걸려 5월 말 21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가 유력하다. 거대 야당이 무책임한 소란을 일으키는 의도는 불 보듯 뻔하다. 총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입법 쇼로 정부·여당을 ‘반(反) 농민’으로 몰아 농민 표를 확보하려는 얕은 저의일 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퍼주기 수단’으로 악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저열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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