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은행 위기 우려가 미국을 넘어 유럽 일본 등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출 손실의 책임을 지고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는가 하면, 대규모 감원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높은 상태인 데다 고금리 지속으로 부동산 업체들의 차입금 부담도 커지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된다.
○치솟는 부동산 대출 충당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1일(현지시간) 3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를 나타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전년 동기 대비 약 네 배인 1억2300만유로로 늘렸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는 380억유로(약 54조원)로 전체 대출의 8%를 차지한다. 도이체방크는 “(높은) 금리 환경은 오피스 부문의 재차입 위험과 잠재적인 신용손실 충당금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줄리어스베어은행은 이날 5억8600만스위스프랑(약 9000억원)의 신용손실을 공개하면서 필립 리켄바허 CEO가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파산한 오스트리아 부동산 그룹 시그나 등 3개 기업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여파다.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빌딩과 독일 베를린의 유명 백화점 카데베 등을 보유한 시그나는 지난해 차입 비용 급등에 따른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줄리어스베어는 이 대출을 내준 사모대출 사업부도 정리한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며 21.5% 하락한 일본 인터넷은행인 아오조라은행 주가는 이날 15.9% 더 떨어졌다. 다니카와 케이 CEO는 책임을 지고 오는 4월 1일 사임하기로 했다. 아오조라은행은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280억엔(약 2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오조라은행의 총대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 4조엔으로, 이 중 약 3분의 1이 해외 대출이고 2800억엔가량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두 배로 뛰는 오피스 공실률
이번 상업용 부동산 위기의 진앙으로 꼽히는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는 이날 11.13% 추가 하락했다. 일시적인 실적 부진이라는 일각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은행 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되살아나며 전날 주가가 37.67% 떨어지는 등 이틀 사이 44.6% 내렸다.재택근무가 확산되고 기업들이 사무공간을 줄이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데이터 회사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 13.6%로, 2019년 말 9.4%에 비해 대폭 올랐다. 올해 말에는 15.7%로 더 오르고, 2026년 말에는 17%를 넘을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2.25%였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2024년 4.5%, 2025년 4.9%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고금리 탓에 변동금리 대출 비용이 불어나면서 만기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중소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위험성이 크다는 평가다.
JP모간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미만인 소형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28.7%로 대형은행(6.5%)보다 네 배 이상 높다. NYCB에서 시작된 위기가 미 아칸소주 지역은행 오자크은행과 뉴저지주 밸리내셔널뱅코프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자크은행과 밸리내셔널뱅코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각각 은행 수익자산의 약 63%다. 두 은행의 주가는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각각 12.91%, 14.09% 하락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