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회원권도 불티"…불황 모르는 럭셔리 리조트

입력 2024-02-02 18:16   수정 2024-02-13 16:29

이랜드 계열의 켄싱턴리조트는 지난달부터 강원 고성에 짓는 ‘그랜드켄싱턴 설악비치’ 회원권 판매를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개장하는 이 리조트의 회원권 가격은 1억2000만~2억6000만원. 한화, 소노 등 대중적인 리조트 회원권이 20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열 배 이상 비싸다. 그런데도 창립 회원 물량 200계좌의 80% 이상이 판매됐다. 한 사람이 법인과 개인 명의로 세 계좌를 구입한 사례도 있다.

켄싱턴리조트 관계자는 “1억원 넘는 회원권을 처음 내놓는 것이어서 우려가 컸는데, 수요가 많아 추가 분양분 가격을 다시 책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에도 억대 리조트 ‘불티’

2일 리조트업계에 따르면 럭셔리 리조트 회원권이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통상 부동산 호경기 때 고급 리조트 분양이 잘되는데, 요즘 같은 시기엔 이례적인 현상이다. 여행과 휴식에 과감하게 지출하는 자산가들의 소비 트렌드가 럭셔리 리조트로 확산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용평리조트의 루송채 회원권은 4개 타입 중 가장 비싼 2개 타입이 완판됐다. 이 회원권 가격은 63억~101억원이다. 300계좌 가운데 819㎡와 594㎡ 타입을 제외한 537㎡, 473㎡ 일부 물량만 남았다. 용평리조트는 강원도 대관령 용평스키장 인근을 대규모 럭셔리 리조트 타운으로 개발 중이다. 루송채 공사가 끝나는 2025년엔 디로커스(D.Locus), 2026년에는 앙띠뉴(ANTITUE), 2028년 필레첸(PILECEN) 등을 분양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회원권 판매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리조트도 설악산 인근 설악쏘라노의 유휴 부지에 럭셔리 리조트를 건설한다. 올 5월께 착공해 내년 말 개장한다는 목표다. 한화리조트에서 내놓은 첫 럭셔리 리조트인 만큼 기존 회원권과 다른 별도 브랜드와 회원권 등급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회원권을 통합해 가격을 인상한 사례도 있다. 소노호텔&리조트는 개인·법인, 기명·무기명, 패밀리·스위트 등으로 나뉜 회원권을 통합한 ‘소노러스’를 내놨으며, 가격은 기본타입 9000만원, 프라임은 1억3500만원에 이른다.
○‘아난티 효과’…분양 경쟁 가열
호텔·리조트업계는 럭셔리 회원권 시장 활황을 ‘아난티 효과’로 분석한다.

아난티가 2006년 경남 남해에 첫 리조트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경기 가평의 아난티 코드, 2017년 부산 기장의 아난티 코브 등이 잇따라 개장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난티는 객실뿐 아니라 로비와 수영장 등 공용공간까지 인테리어에 큰 공을 들여 다른 리조트와 차별화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엔 숙박 후기가 쏟아졌다.

아난티의 인기는 회원권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2018년 1억3500만원(개인·법인 평균가) 정도였던 회원권은 2022년 1억6000만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억9000만원에 근접했다.

아난티는 지난해 부산 기장에 ‘빌라쥬 드 아난티’란 이름의 초대형 리조트를 또 열어 덩치를 키웠다. 아난티의 지난해 매출은 9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내 대표 리조트 운영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의 매출(2022년 기준 9261억원)과 맞먹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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