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한 달 동안 세계 주요 증시 중 ‘꼴찌’ 수준이던 한국 증시가 극적인 반등에 나섰다. 지난 한 주만 따지면 상승률 1위다. 반전 스토리의 주인공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다. 지난달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동안 무섭게 주식을 사들였다.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가 3조5747억원어치를 순매도하자 2조861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맞섰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몸값을 높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도 개미들이 먼저 반응했다. 이날 하루 개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50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다음날인 18일 기준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1월 누적 순매수 금액은 6조7577억원에 달했다.
17일을 기점으로 코스피지수가 반등했다. 개인의 ‘사자’ 행렬 속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도 슬그머니 유가증권시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조5628억원, 1조27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미들은 그제야 4조6971억원어치를 팔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2일 개미가 판 금액(2조4898억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년 내 하루 최대 매도금액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개미들이 줄기차게 주주 환원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온 결과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개미들이 정부를 압박해 공매도 전면 금지를 얻어냈다. 이번엔 국민연금 등에 맞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개미들이 약자가 강자를 넘어뜨리는 ‘자이언트 킬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년 저평가’ 업종인 금융지주도 조명을 받고 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각각 2201억원, 18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PBR이 0.51배, 0.42배인 종목들이다. 기관은 PBR 0.46배인 신한지주는 1458억원어치 사들였다. ㈜LG SK㈜ 등 일반 지주사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가 몰렸다.
앞으로는 저PBR주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인과 기관의 움직임은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효과”라면서도 “이달 자사주 매입 등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는 곳과 그럴 여력이 없는 곳들의 주가가 엇갈리는 변곡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아영/이시은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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