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단체에 점거 당하면 어쩌나"…청사 셔터 내린 경기도

입력 2024-02-02 16:46   수정 2024-02-02 17:02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의 경기도청은 청원경찰과 공무원들이 신청사 진입로를 모두 통제했다. 4개의 지하 주차장 입구 중 1개만 진입을 허용했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출구와 붙어있는 보행로의 경우 방범용 셔터를 내렸다. 공무원들은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을 세운 뒤 신원 조사까지 했다. 경기도청 신청사 주변은 현재 광역행정타운 조성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어 입구 몇 곳만 차단하면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도가 청사를 ‘셧다운’ 시킨 이유는 한 장애인 단체 때문이다. 지난달 30~31일 이틀 간 해당 단체는 맞춤형 공공일자리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도청 1층 로비에서 하겠다고 집회신고를 했다. 경기도는 단체가 청사를 점거할 것을 우려해 출입통제를 강화했던 것이다. 도 관계자는 “로비는 도민들이 모두 활용하는 공용 공간”이라며 “예전에 경기도청이 예산실 등이 점거당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의 진입이 통제되면서 주변 도로들은 차가 막히는 모습도 연출됐다. 도청을 찾은 도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도민 심혜숙씨(71)는 “방학을 맞이한 손주들과 자주 경기도교육청 1층 도서관을 놀러 간다”며 “일대 전체가 갑작스럽게 통제하면서 광역행정타운 자체 진입을 하기 어려워 한참 동안 헤맸다”고 말했다.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은 청사를 통제할지, 오픈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지자체장은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에 평소 지역민과 소통하려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청사를 확 여는 게 낫지만, 시민단체의 '점거 사태' 등도 우려해야한다. 이 때는 지자체장이 불통 이미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청사를 열 순 없는 노릇이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8년 경기 의정부시 청사에선 발달장애인 부모 단체가 한 달 넘게 본관 2층 로비를 점거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구청사 시절(2022년 이전 시절) 교육청 인근에 천막을 쳐두고 무한 농성하던 단체들이 여러 곳 있었다. 교육청은 내부 진입을 통제하기보다 주로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몇몇 지자체들은 고심 끝에 ‘스피드게이트’(공공청사 출입 관리시스템) 통제 장치도 마련해 운영한다. 출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한 뒤 출입증을 발부받아야 청사로 진입할 수 있는 장치다. 민선 7기 수원·의정부·성남 등 더불어민주당 단체장 시절 코로나 확산방지·청사 보안 등을 이유로 새로 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 지자체는 민선 8기 단체장들이 바뀐 후 이를 모두 철거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청은 약 2년 전 현재 신청사로 이전했다. 수십 년 동안 썼던 과거 청사와 달리 경기도청 신청사는 입구와 모든 층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건물 설계 당시 보안에 신경 썼다. 시위 장소였던 1층엔 ‘스피드게이트’도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철오/오유림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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