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연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처럼 생긴 사람(아시아인)이 성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인근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샌더 허 찰스뱅크캐피탈파트너스 사모대출(크레딧) 대표는 1994년 처음 월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를 이처럼 기억했다. 당시 회의실에 들어섰을 때 검은 머리색을 가진 사람도 허 대표 한 사람뿐이었다.
월가에서 성장하고 싶었지만 믿고 따를 만한 한인 멘토가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을 함께 느꼈던 마이크 주 뱅크오브아메리카 투자은행 부문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2009년 만든 단체가 한인금융협회(KFS)다. 현재 허 대표와 주 COO는 KFS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월가에 진출하는 한인들이 급증하면서 KFS는 최근 더욱 주목받는 중이다. 창립 당시 300여명이었던 회원 수는 이제 3000명이 넘는다. 강력한 네트워킹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밖에 없는 월가 특성상 KFS는 소수로 고립될 수 있는 한인들의 역량과 목소리를 키워주는 창구가 됐다.
허 대표는 KFS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초창기 한인 동료들과의 강력한 프렌드토어(Freindtor) 덕분이라고 전했다.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멘토(Mentor)를 합친 용어로 허 대표가 주로 쓰는 표현이다. 그는 “승진과 관련한 고민, 상사와의 관계 등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궁금한 일이 생길 때는 언제든지 서로에게 전화하고, 만나서 의논했다”며 “함께 싸우며 길을 헤쳐나왔다”고 털어놨다.
KFS에 특별한 모토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월가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고 싶은 한인들끼리 서로 도와주는 것보다 더 강력한 목표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동료들과 함께 성장한 허 의장과 주 COO는 이젠 후배 월가 한인들의 멘토로 활동 중이다.
허 대표는 “어떻게 하면 서로를 도와서 다음 세대의 월가 한인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에서 일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KFS는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선보여왔다. 지난해 4월 KFS가 출신 국가에 제한을 두지 않고 개최한 뉴욕 연례 만찬에서는 1500여명이 모였다. 이같은 대규모 금융인 행사는 월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KFS가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 대학생을 위한 마련한 취업 훈련 프로그램인 ‘KFS 펠로우십’은 월가의 인재 등용문으로 떠올랐다.
허 대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리는 KFS를 통해 배타적인 문화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며 “한인 모두를 돕고 싶고,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에 KFS 활동을 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세계 한인 금융인들이 서로 돕는다면 우리는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 단체 뿐 아니라 더 큰 커뮤니티를 만들면 금융권 밖에서도 지역사회에 우리의 능력을 환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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