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의 다변화를 위해 중동 대신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실제 유조선 운항 거리에 따라 운송비를 지원받도록 석유수입부과금 일부를 환급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정상규)는 SK에너지가 한국석유관리원을 상대로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위해 중동 외 지역에서 수입하는 경우 운송비 차액을 지원하는 석유수입부과금 환급금의 제도 취지에 비춰 볼 때 한국석유관리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환급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동 지역보다 거리가 먼 곳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경우 실질 운항 거리에 따라 운송비를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 부과금을 일부 환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피고가 부과금 환급 대상과 규모를 정할 재량을 가질 수는 있으나, 다변화원유에 대해 지급 여부 자체에 관한 재량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는 그 차액에 해당하는 환급금을 추가로 신청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할 경우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지급해야 한다. 원유 수입 다변화지역에서 수입한 원유가 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보다 저렴하다면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금 규모는 선적항과 국내 하역항까지의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SK에너지는 2017~2019년까지 44차례에 걸쳐 원유 수입 다변화지역인 미국, 멕시코에서 원유를 수입한 뒤 한국석유공사에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지급했다. 이후 선적항에서 국내 하역장까지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산출된 유조선운임지수 값으로 산정한 환급금 136억 1686만 원을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받았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석유수출입업자는 미주, 유럽, 아프리카 등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고시하는 지역에서 수입해 정해진 용도로 사용한 원유에 대해선 징수한 석유수입부과금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환급금을 결정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부과금이 과소 산출됐다는 점을 들어 한국석유관리원에 추가 환급금 약 35억 6600만 원을 신청했다. 원유를 수입할 당시 유조선 크기로 인해 최단 항로를 통과하지 못해 실제 운항 거리가 더 길었다는 게 SK에너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석유관리원은 "환급금 지급이 완료된 사안으로 추가 환급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이를 반려했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지난해 2월 20일 해당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한국석유관리원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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