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도 힘을 못 쓰는 시장이 있다. 바로 인구 15억 거대 시장 중국이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대'로 떨어졌다. 최근 상승가도를 달렸던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도 지난해 4분기에 크게 꺾였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중국인의 애국 소비, 화웨이의 부활 등을 배경으로 꼽는다. 숨겨진 원인은 따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마트폰에 핵심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미디어텍의 약진을 꼽는다. 미디어텍 AP가 중국 스마트폰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애플, 삼성의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얘기다.
점유율도 하락세다. 지난해 4분기 애플 점유율은 20.2%로 전년 동기(23.7%) 대비 낮아졌다. 지난 1월 첫 주 중국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줄었다는 조사 결과(투자은행 제프리스)도 있다.
삼성전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0년 전인 2013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3%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기타업체'로 분류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1% 안팎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내 영향력 회복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렸지만 좀처럼 성과를 못 내는 상황이다.
애플 전문 분석가 대만의 궈밍치 TF증권 연구원은 최근 "애플의 중국 내 주간 출하량이 최근 몇 주간 1년 전보다 30∼40% 감소했다"며 "이런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선전 배경에 대만의 AP 업체 미디어텍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텍은 1997년 설립된 팹리스로 사업 초기엔 TV용 반도체를 주로 개발했다. 기술력을 키운 미디어텍은 2010년대 들어 3G·4G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했고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앞세워 중국 스마트폰업체 대상 납품을 늘렸다.
2019~2020년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내 자체 AP 개발이 어려워지자 미디어텍은 프리미엄 AP '디멘시티'를 앞세워 샤오미 등에 대한 납품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같은 대만 국적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기업 TSMC를 활용해 AP의 성능을 높일 수 있었던 것도 위상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AI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변수로 지적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AI폰 '갤럭시 S24'를 앞세워 선전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쉽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AI폰 출시를 서두르고 있어서다. 현지에선 중국 현지업체의 AI폰에 대해 "갤럭시S24보다 AI 성능이 떨어지지만, 보급형으론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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