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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잃은 가운데 ‘대재해 채권’(Catastrophe bond·캣본드)을 향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위험 분산을 위해 내놓은 채권인데, 금리 상황과 무관하고 재난이 터지지 않으면 큰 수익을 낸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사이버 공격 같은 인위적 재난에 대비한 상품도 나오는 등 형태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캣본드 시장의 대표 격 수익률 지표인 ‘스위스리 글로벌 캣본드 성과지수’의 지난해 수익률은 19.69%를 기록했다. 각국 캣본드의 쿠폰과 가격 수익률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2007년 수익률(15.4%)에 이어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2022년 손실(-2.15%)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누적 수익률은 지난해까지 341.5%였다.
캣본드는 대표적인 보험연계증권(ILS) 중 하나다.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허리케인, 지진 등 자연재해 관련 손실이 발생했을 때 리스크를 자본시장 투자자와 나눌 목적으로 탄생했다. 투자자는 재난이 터져 보험금 지급 조건(트리거)만 발생하지 않으면 해마다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고위험군 상품이다. 대신 재난이 발생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재난 후 재건 비용이 늘면서 캣본드 발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작년 캣본드 신규 발행은 164억4490만달러(약 21조9178억원)로 2019년 65억3880만달러(약 8조7149억원)에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좋은 발행 조건의 캣본드가 늘며 고수익을 내는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세계 최대 캣본드 투자자로 꼽히는 헤지펀드 페르마의 지난해 수익률은 약 2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 공격 캣본드’다. 지난달 영국 보험사 비즐리가 업계 최초로 450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를 발행해 주목받기도 했다.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업계에선 해당 채권이 향후 5년간 ILS 시장을 크게 키울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국내 개인투자자가 캣본드에 투자하긴 어렵다. 2016년 국내에선 사모 재간접펀드 형태로 일부 증권사 PB센터가 상품을 판 적이 있다. 하지만 2017년과 2022년 미국에 허리케인 ‘어마’ ‘이안’ 등이 강타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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