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현 수산그룹 회장 "수사기관 불려다니다 파산하면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24-02-04 18:51   수정 2024-02-05 01:00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사진)은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안의 국회 처리가 불발한 데 대해 “피가 거꾸로 솟구칠 일”이라며 “아직 1월 임시국회 회기가 남은 만큼 정치권이 더는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 회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인과 50인 사업장도 현장을 가보면 경영 사정이 천양지차인데 하나의 잣대로 들이댈 수는 없다”며 “처벌만 강조하는 야당에 대해 여론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수산중공업과 수산인더스트리 등 9개 계열사를 경영하는 중견기업인이다. 이번 사안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선배 기업인으로서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직접 나서 법 시행 확대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정 회장은 영세사업장으로 내려갈수록 사장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이 중소기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면 안전·생산·영업·회계를 막론하고 사장이 다 한다고 봐야 한다”며 “안전 관리를 철저히 했는데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장 귀책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때까지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게 되는데 심한 경우 회사가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장을 감옥에 넣으면 나머지 임직원 안전은 누가 돌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끼칠 부정적인 파장도 우려했다. 정 회장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국내 기업들이 혁신상을 석권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해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감옥 갈 위기에 놓이면 어느 기업인이 국내에서 경영하고 싶겠나”라며 “중대재해법이야말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옥죄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회장은 영세사업장의 안전 관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안전관리자를 국가가 채용해서 파견해주는 형태를 고려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60세 이상의 퇴직한 건설현장 유경험자를 2~3주 교육해서 안전관리사 자격증을 주되 20인 미만 사업장 위주로 파견하고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며 “훈련된 안전관리자는 대부분 대기업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영세사업장일수록 인력을 구하는 게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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