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빅테크 규제에 앞장서 온 EU가 법안을 도출함에 따라 다른 국가의 규제법안 마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각국 정부가 AI 규제에 나서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로비 활동도 급증하고 있다.
AI 규제법은 3년 전 EU 집행위원회가 발의했다. 금융, 소매업, 자동차, 항공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AI 기술의 포괄적인 규제 표준을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안 발의 이후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등 강력한 생성형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범용 AI 관련 규제 조항이 추가됐다.
이번 AI 규제법은 기술을 위험도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한다.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AI로 민감한 생체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는 기술을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해 사실상 금지했다. 다만 군사, 범죄 수사, 보안 목적 등 예외 조항도 다수 포함돼 있다.
규제 대상인 ‘고위험 AI’와 ‘범용 AI’를 명확히 정의해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오픈AI의 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에도 EU 저작권법 준수, 학습에 사용한 콘텐츠의 요약본 배포 등 투명성 의무를 부과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표시도 의무화했다. 규정을 어긴 기업에 최대 3500만유로(약 500억원) 또는 세계 매출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EU는 AI 규제를 위한 범유럽 규제 기관도 설립할 계획이다.
자국 AI 스타트업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규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프랑스는 ‘기술 투명성과 기업 기밀 간 균형을 맞추고 고위험 AI 체계에 대한 행정적 부담을 줄인다’는 조건을 확보한 뒤 이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AI 기술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자 관련 규제 법제화를 진행 중이다. 이에 작년부터 로비를 시작한 기업에 오픈AI, 앤스로픽, 테슬라, 틱톡, 스포티파이, 쇼피파이, 인스타카트, 도어대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과 엔비디아도 로비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2017년까지 AI 로비를 보고한 조직 수는 한 자릿수였는데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업종도 AI, 정보기술(IT), 금융, 통신, 보험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김리안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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