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일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필수의료 대책에서부터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등의 방안을 아우른 5년간의 건보 운영 청사진을 내놨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무너져가는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건보 수가를 대폭 높이기로 했다. 건보 재정이 2026년 적자로 돌아서는 것에 대비해 건보 지출 목표를 세우고 피부양자 인정 범위를 축소하는 등 재정 여건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정책수가 제도를 도입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집중 확대하기로 했다. 의료행위의 위험도·시급성, 의료진 숙련도, 당직·대기시간, 지역 격차 등에 대한 수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가령 고위험 분만은 정책가산을 200%로 확대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런 필수의료 대책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의료 양이 아니라 질과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대안적 지급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3분 진료’처럼 양(진료 건수)만 보는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 의료 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정부는 예상 수입을 고려한 건보 지출 목표를 설정해 지출 효율화를 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매년 5월 수가 계약을 체결한 뒤 8월에 보험료율을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보험료 결정 범위 내에서 수가를 정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까지 가능한 피부양자 범위도 점차 줄여나간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게 얹혀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도 건보 혜택을 누려 건보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건보 가입자의 30%가 이들 피부양자에 해당하는 만큼 인정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튜버 등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방식도 검토한다.
정부는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건보료율의 법적 상한을 높이는 방안의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올해 건보료율(7.09%)이 7%를 넘어서 8%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료율이 이미 10% 넘는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처럼 한국도 법정 상한을 높이거나 폐지해 보험료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번 2차 종합계획은 건보 재정 위기 속에 필수의료 지원에 무게를 싣는 동시에 지출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방향이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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