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이즌 필’을 비롯해 기업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시행하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 투자·고용에 전념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위해 연내 공청회 등을 열기로 했다. 의견을 수렴한 뒤 상법·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러 경영권 방어제도를 검토해 (국내 상황에 맞는 기법을) 조만간 여론 수렴을 거쳐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과 함께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패키지 정책”이라고 말했다.
도입이 유력한 경영권 방어제도로 포이즌 필이 꼽힌다.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대주주 등 일부 주주의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등도 도입이 거론된다.
정부가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15년 만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포이즌 필을 허용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야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내 기업은 경영권 방어 제도가 취약하다 보니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사례가 많았다. 자사주 소각, 배당 등 주주 환원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배경에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전원이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면 기업이 그동안 분산된 역량을 투자·고용에 쏟아부을 수 있고, 주주 환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익환/강현우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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