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올해 총선에서 경기 오산 지역구에 출마하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최씨 일가와 악연을 맺은 안 의원은 과거 최씨의 재산 은닉설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정씨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오산 시민이 정말 자존심과 시민 의식이 있다면 다음 총선에서 안 의원을 뽑지 않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안 의원이 스스로를 '보수의 공적(公敵)'이라고 주장한 것을 겨냥해선 "안민석은 보수의 공적이 아니라 이 나라의 공적"이라고 했다.
또 정씨는 안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 오산 공천설'과 관련해 "보수의 공적 안민석을 꺾기 위해 대선주자급 유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쓴 것을 캡처해 올리며 "안민석의 거짓말과 선동으로 대한민국 국회의 수준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정씨는 그러면서 "유세만 시작해봐라. 내가 꽁무니 쫓아다니면서 '300조 찾아오라'고 할 테니까"라고 낙선운동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정씨의 '300조 찾아오라' 발언은 안 의원이 2017년 한 방송에 나와 "프레이저 보고서에서 보고한, 조사한 당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9000억 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 돈. 그리고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1부(오종렬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최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안 의원을 불구속기소 했다. 안 의원은 2016년 라디오에 출연해 "최순실의 독일 은닉 재산이 수조 원이고, 자금 세탁에 이용된 독일 페이퍼컴퍼니가 수백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독일 검찰로부터 확인했다", "최순실이 외국 방산업체 회장을 만나 무기 계약을 몰아주었다", "스위스 비밀계좌에 입금된 국내 기업 A사의 돈이 최순실과 연관되어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언한 혐의를 받는다.
안 의원은 검찰이 자신을 재판에 넘긴 날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정치적 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가 제소한 같은 내용의 민사소송 항소심에서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없어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7년 전 방송 인터뷰 발언을 수사한 지 4년 만에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은 부당한 기소이자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안민석을 흠집 내서 최순실의 명예를 지켜주겠다는 윤석열 정치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실소를 금치 못할 따름"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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