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포럼은 금융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으로 내달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상장사의 연평균 총주주수익률(TSR)은 마이너스(-) 2%다. 주주가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모든 가치의 총합을 시가총액 대비 비율지표로 환산한 개념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증시의 TSR은 9%, 12%였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저항이 예상되나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속증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주요한 원인은 아니다"라며 "주가 할인을 고착화한 상장사 스스로 반성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저평가 상황이 해소된 후 상속세가 경감돼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 현대차의 제품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탓에 MSCI 세계 10대 우량(Quality)기업 리스트, MSCI 세계 10대 자동차 및 부품사 리스트에 진입하지 못하는 등 투자자의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고 꼬집었다. 주주총회를 소집하지 않고, 이사회 결단만으로 주요 기업의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도 공개했다. 현대차의 경우 이사회가 재무상태표에서 유휴 자산이 많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을 해결하면 시장의 신뢰를 받아 주가가 50만원까지 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기준 현대차 보통주의 주가는 22만7000원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유 현금 19조원 가운데 8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전량 매입한 후 소각하고, 삼성동 부지를 매각해 마련한 재원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10조원 이상 투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주 소각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이 회장은 "우선주를 소각하면 회사 입장에선 배당금을 줄일 수 있다"며 "우선주는 할인돼있기 때문에 보통주에 비해 소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가 가진 현대건설, KT 지분을 매각할 것을 주문했다. 본업과 관계없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향후 순이익의 30∼50%를 주주환원에 쓴다고 약속하면 현재 0.6배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로 '레벨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현대차 주주는 자동차 회사에 투자한 것이지 상업용 부동산이나 건설사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체 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주가는 13만원 이상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가 현금 92조원 중 50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모두 매입하고 이 중 20조원어치를 즉시 소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우선주 30조원어치는 미국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할 것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대만 TSMC가 투명한 회사가 된 배경엔 미국 상장이 있다"며 "TSMC는 전 세계에서 명망이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섭외해 코치를 받으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TSMC의 이사회는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향후 순이익의 30∼50%를 주주환원에 쓸 것을 약속하고 TSMC처럼 이사회를 글로벌 인사로 채운다면 현재 1.4배인 PBR은 2.2배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 총 11명으로 구성돼있는데, 모두 한국인이거나 한국계다.
자사주 소각·매입, 주주환원 비율 상향 조정을 병행하면 LG화학·KB금융의 주가도 급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LG화학은 PBR 0.9배에서 1.2배로, KB금융은 PBR 0.4배에서 0.7∼0.8배로 상승해 주가가 각각 70만원, 10만원 이상으로 뛸 수 있다고 봤다. 직전 거래일 기준 LG화학과 KB금융의 주가는 각각 46만1000원, 6만6300원이다. 다만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 이슈로 주주환원 여력이 크지 않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금융 당국에 보내는 당부 사항도 전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최소한 3년 이상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프로그램 시행 주체가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상장사들은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게재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장사가 계획의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당국은 모범 사례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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