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가 오는 11월 이뤄질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트럼프 1기의 악몽을 재연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부터 트럼프 2기의 재래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 정계·학계와 소통에 한창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대선 후)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이후 통상 환경 변화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따른 답변이었다.
많은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2017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리스크가 이렇게 클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여론조사기관의 예측대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뒀다는 전언도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정부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본 데다, 트럼프 자체가 정계에 있었던 인물이 아니다 보니 접촉할 채널도 마땅치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접점이 많지 않았던 인물이자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4년 동안 외교·통상 담당자들이 크게 곤욕을 치렀다는 게 정설이다.
때문에 이번 미국 대선을 맞이하는 정부의 대응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재선과 트럼프 2기 가능성을 동시에 펼쳐두고 관계자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민감한 건 트럼프 2기 재래 가능성이다. 2017년 당선되자마자 환태평양경제협력협정(TPP)를 탈퇴했듯,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도 탈퇴하는 등 기존에 국가들이 맺어온 협정이나 협력관계를 모조리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다시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79억달러였지만, 지난해엔 445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기간 중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14억달러까지 줄었었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1기는 관세 폭탄 부과 등 웬만한 조치는 다 해봤기 때문에 어떤 것이 자신의 지지율 등에 효과가 있는지 잘 안다"라며 "2기는 훨씬 더 강력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에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4박5일 일정으로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을 미국 워싱턴에 파견했다. 오는 5~6월에도 다시 한 번 파견해 동향을 살필 계획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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