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아무리 일로 엮인 관계여도 그렇다. 그런데 일을 열심히 하던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아야 한다며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해줘도 되는 건가?’ 사장님은 고민에 빠진다. 직원이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해서 회사가 돈을 더 내는 것도 아니고, 직원은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고, 미안하니까 그냥 들어주자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미안한 마음은 접고, 이러한 부탁은 거절해야 한다. 사실과 다르게 퇴사 사유를 신고하여 실업급여를 받는 건 ‘부정수급’에 해당하며, 사업주도 부정수급에 공모하거나 협조하는 경우 엄격한 제재 및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란,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하여 재취업을 해야 하는 경우, 수입 없이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생활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 기회를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보험법에 근거를 둔다.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조기재취업수당, 직업능력개발수당, 광역 구직활동비, 이주비)으로 나뉘는데, 흔히 말하는 실업급여는 ‘구직급여’를 말한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반반씩 부담하므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자신이 그동안 고용보험료를 냈으니 퇴사하면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업급여는 기존에 납부한 고용보험료를 돌려주는 것이 아니고, 실업 위로금도 아니다. 일자리를 잃어 수입이 없는 동안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구직활동에 집중해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생계지원금이다. 따라서 퇴사하는 근로자가 전부 지원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사정, 즉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는 구직급여 수급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즉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①퇴사 전 1년 6개월간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된 경우(초단기 근로자의 경우 24개월), ②근로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상태, ③재취업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 ④고용보험법 제58조의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것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용보험법 제40조). ④의 요건은 주로 비자발적 퇴사를 말하는데, 해고(단, 중대한 귀책사유로 인한 해고 제외), 권고사직, 계약기간 만료 등이 대표적 사유다.
단 자발적 퇴사여도 퇴사의 불가피성을 판단해 예외적으로 수급자격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퇴사 전 1년 내 2개월 이상 임금체불이나 주 52시간 이상 초과 근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 성적 괴롭힘, 불합리한 차별 당한 경우 △사업장 이전, 전근, 이사 등으로 출퇴근 시간이 통상 교통수단으로 왕복 3시간 이상인 경우 △임신, 출산,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육아 △부모나 동거 친족의 질병 등에 대해 30일 이상 간호가 필요하나 휴직 등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업무상 재해, 업무 외 개인 질병의 치료가 필요하나 휴직 등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등이다(고용보험법 제58조 제2항,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01조 제2항 별표 2).
사업주는 퇴사자나 고용복지센터가 이직확인서 발급을 요청하면 10일 내 이직확인서를 발급해 주어야 한다. 이직(離職)은 회사를 옮긴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둔다는 뜻이다. 이직확인서에 퇴사 사유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자발적 퇴사여서 사실상 구직급여 수급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해고, 권고사직 등의 비자발적 사유로 기재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근로자가 그러한 요청을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구직급여는 고용보험법이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받을 수 있고 사용자나 근로자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신고해 구직급여를 수급하게 될 경우 부정수급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부정수급의 유형은 다양한데 △이직확인서에 퇴사 사유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 △퇴사하지 않았는데 퇴사 처리 후 근무하면서 구직급여를 받는 경우 △구직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재취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업주와 이야기하여 숨기고 구직급여를 계속 받는 경우 △소득을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해당 실업급여 지급이 중지되고, 근로자는 부정수급액을 반환하고 부정수급액의 2배 만큼 추가 징수될 수 있으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고용보험법 제61조, 제62조, 제116조 제2항).
만일 사업주가 공모하는 ‘공모형 부정수급’의 경우, 근로자는 부정수급액의 5배 만큼 추가 징수될 수 있고, 사업주도 부정수급액 반환 및 징수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며, 형사처벌이 가중된다(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고용보험법 제62조, 제116조 제1항). 예를 들어, 수급자가 구직급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사업주에게 고지하고 임금을 받은 경우는 부정수급 공모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이직확인서 허위 작성의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대상이다(고용보험법 제118조 제1항 제3호).
지난 해 고용노동부는 부정수급 특별점검을 통해 가짜 이직 서류를 만들거나 허위로 실업을 신고하는 등의 부정수급자 수백명을 적발해 사법조치했다. 부정수급액도 전년(268억 2700만원) 대비 11.8% 늘어났다. 고용보험 재정이 계속 악화됨에 정부의 부정수급자에 대한 감독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로서는 그동안의 정 때문에, 구인난으로 사람 뽑기가 힘들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에 실업급여에 관한 편법적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도 자칫 실업급여 부정수급에 가담한 자가 되어 엄격한 제재 및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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