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발명품인 웹툰이 전세계 대기업의 콘텐츠 각축장이 되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에 이어 일본 정보기술(IT) 대기업인 라쿠텐과 유럽 최대 규모 만화 출판사도 웹툰 사업에 뛰어들었다. 웹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해외 기업이 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 최대 만화사 "웹툰 만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최대 규모 만화 출판사인 프랑스 메디아파티시파시옹은 지난달 자회사인 엘립스아니마시옹을 통해 웹툰 제작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메디아파티시파시옹은 자회사 85곳을 거느린 유럽 최대 규모 만화 출판사다. 프랑스 출판 시장 전체에선 3위 규모다. 자회사인 엘립스는 인기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인 가필드, 스머프 등의 3차원(3D) 애니메이션 제작을 담당했던 스튜디오다. 카롤린 오드베르 엘립스 전무는 “웹툰에 대한 Z세대의 열렬한 관심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2030년까지 웹툰 수요가 강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출판업계에선 프랑스 업체의 웹툰 제작을 웹툰 세계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는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규모 만화 소비국이다. ‘제9의 예술’로 부를 정도로 만화에 대한 시장 관심도 남다르다. 네이버가 2019년, 카카오가 2022년 각각 이곳에서 웹툰 서비스를 내놨지만 종이책 문화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10대 독자 외에는 그간 사업 확장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프랑스 미디어 업체인 유니크헤리티지가 디즈니 만화를 웹툰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인 ‘덕툰’을 출시하는 등 현지 유력 업체가 웹툰 시장에 가세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일본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독주에 제동을 거려는 대기업이 등장했다. 일본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은 지난달 25일 자체 웹툰 앱인 ‘R-툰’의 서비스를 개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도 공급하면서 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에서 ‘플립툰’이란 이름의 웹툰 서비스를 출시했던 아마존도 신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총 상금 1억엔 규모 공모전을 열었다. 애플도 4월 일본 웹툰 서비스를 개시했다. 건담, 드래곤볼 등의 완구로 유명한 일본 캐릭터 IP 업체인 반다이도 지난해 12월 국내 웹툰업체인 와이랩에 15억엔(약 13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日 2000만명이 ‘네·카’ 웹툰 본다
해외 기업들이 줄줄이 웹툰 시장에 숟가락을 올리는 데엔 한국 기업들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그로스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39억달러(약 5조2000억원) 수준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가 업계 1위를 다투면서 시장 규모를 키웠다. 네이버는 지난해에만 웹툰으로 1조5031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 회사 최대 사업인 검색 플랫폼(2조7252억원) 다음 가는 규모다. 전년보다 41% 늘며 같은 기간 이 회사 매출 증가율(18%)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이미 일본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합쳐 웹툰 이용자 2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앱 시장 분석 서비스인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네이버웹툰의 일본 플랫폼인 ‘라인망가’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23만명을 기록했다. 카카오픽코마의 ‘픽코마’도 1000만명이 넘는 MAU를 보유하고 있다. 두 앱의 일본 웹툰 시장 점유율은 59%에 달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프랑스에서도 웹툰 앱 시장 1위를 다투고 있다.
이들 업체는 동남아와 미국에서도 웹툰 플랫폼 생태계를 빠르게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현지 IP를 발굴해 국가별 정서에 맞는 웹툰을 공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달 18~31일 태국 방콕에서 현지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미국에선 현지 독자들을 위한 굿즈 판매 웹사이트를 지난해 11월 개설했다. 카카오는 독자 취향별 웹툰을 제공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웹툰 IP 수를 14만개 확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인 ‘헬릭스 푸시’를 통해 독자별 맞춤 웹툰을 홍보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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