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에 9시간 동안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파트 상가 주차비를 놓고 상가관리단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갈등을 빚으면서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4066가구·2020년 3월 입주)에서 아파트 출입구 네 곳이 차량으로 막혀 9시간가량 출입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사진을 보면 출입구 앞에 있는 차단기에 차량이 세워져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출입구에는 경찰이 출동해 입주민과 상가 관리인 간의 실랑이를 중재하고 있다.
아파트 진입로를 막은 곳은 단지 내 상가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와 상가에 입점해 있는 몇 곳의 가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4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특성상 입주민들의 이동도 잦을 뿐만 아니라 상일동 일대는 학군지라 학원 차량 등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다. 차량 통행이 막히자 일대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다.
아르테온에 거주하고 있는 한 입주민은 “아파트 내에서 긴급 상황이 생겨서 차량이 진출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정말 아찔했을 것”이라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문제의 발단은 '주차비' 다. 고덕아르테온 상가 주차장은 입주 이후 주차 요금이 책정되지 않아 인근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공용 주차장'처럼 쓰였다.
상가 주차장과 아파트 주차장이 분리되지 않은 구조다. 일대 주민들은 상가를 이용한다는 명목으로 고덕아르테온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지하철로 출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역 커뮤니티에선 "지하철역이 먼 주민들은 아르테온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아파트 주차장은 항상 붐볐다. 상가에 배정된 주차대수(46대)를 넘어서는 차량이 들어왔다. 주차장 포화상태는 2022년 말까지 계속됐는데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돌아갔다.
갈등은 잠시 봉합되는듯 했다. 지난해 상가 관리단과 입대의가 주차비에 일정 부분 합의하면서다. 상가 확인을 받았을 땐 1시간 무료에 10분당 500원, 확인받지 않았을 땐 10분당 2000원이라는 비용이 책정됐다.
평화는 잠시였다. 상가 관리단과 주차 업체와의 계약을 한 달 여 앞둔 작년 말부터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상가 측은 △최초 2시간 무료·10분당 500원 △주차와 관련한 수익 배분은 5대 5로 배분하는 내용의 공문을 입대의에 보냈다. 반면 입대의는 △주차 공간 46면에 대한 관리 △방문증 사용 등을 상가 측에 요구했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입대의는 기존 주차 업체와 상가 관리단의 계약 만료일인 지난달 31일 상가에 등록된 차량을 모두 삭제했다. 이에 반발한 상가 측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주차장 입구를 막았다.
고덕아르테온 상가관리단 관계자는 "현재 입대의와의 마찰로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상가 이용객들은 주차장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차비로 시작된 갈등은 상가가 그간 내지 않은 관리비 문제로 비화할 전망이다. 고덕아르테온은 재건축할 때 아파트 98%, 상가 1.56%, 유치원 0.44% 등으로 등기했다. 공용지분의 유지 관리 의무는 아파트, 상가, 유치원 모두에게 있지만 상가는 2020년 3월부터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 이에 입대의는 상가 관리단과 소유자, 임차인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고덕아르테온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적으로 보면 주차비와 관련한 갈등만 있지만 더 크게 보면 상가관리단은 그간 아파트와 함께 사용하는 공용공간에 대한 관리비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주차비뿐만 아니라 받지 못한 관리비 등도 소송을 통해 받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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