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가 미국의 고율 반덤핑 관세 부담을 덜게 됐다. 수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된 데다 3사 합계 2000억원가량의 관세 환급금까지 더해져 올해 타이어 업체 질주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꼽히는 전기차용 타이어 비중이 지난해 20%에 달할 정도로 증가일로에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미국은 국내 타이어 업체의 주요 수출 시장이다. 대한타이어협회와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승용차·경트럭 타이어 10억7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어치를 미국 등 북미에 판매했다. 전체 수출 물량의 30%가량이다.
하지만 2021년 6월부터 적용된 고율 관세에 발목이 잡혀왔다. 미국철강노조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수입 타이어가 공정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며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관세 족쇄’에서 벗어나면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은 해외 경쟁사와 비슷한 조건에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로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며 “납품 단가를 10%가량 낮출 수 있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 환급금도 ‘보너스’로 받게 됐다. 한국타이어만 1000억원가량을 돌려받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환급액은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라며 “타이어 3사를 합치면 20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금호타이어도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4조56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180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넥센타이어는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 대비 7% 증가한 2조9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 증가가 있다. 전기차용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10% 이상 무겁다. 가솔린·디젤 엔진과 비교해 급가속이 가능한 전기 모터 특성상 타이어 접지력 및 내마모도 향상도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용 타이어에는 고농도 실리카(이산화규소)와 고기능성 폴리머(화합물)와 같은 값비싼 차세대 보강재가 많이 들어간다. 내연기관차용 타이어 대비 전기차용 타이어가 20% 이상 비싼 이유다.
수익성이 좋은 전기차용 타이어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신차장착용(OE) 타이어 기준 전기차용 비중은 2021년 5%에서 작년 20%까지 증가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타이어 교체 주기가 3년 안팎에 불과해 내연기관차보다 2년가량 짧다”며 “조만간 타이어 교체 주기에 도달한 교체용(RE) 전기차 타이어 매출 증가도 당분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지속하는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신차 판매량 증가세가 주춤하고, 홍해 사태 등으로 물류 및 원자재 공급망 상황이 불안정한 것은 변수로 남아 있다. 금호타이어 등은 유럽으로 수출하는 타이어 물량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며 한 달에 30억원 안팎의 물류비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김진원/빈난새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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