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929만 명을 보유한 인기 먹방 유튜버 쯔양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개그우먼 김지영의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하면서 이들이 출연 중인 KBS 2TV '개그콘서트'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쯔양은 5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1월 28일 업로드된 한국 코미디언과 함께한 영상으로 필리핀 시청자분들과 구독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는 필리핀을 정말 존중하고 필리핀에서 제 영상을 봐주시는 많은 시청자분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 제작된 콘텐츠가 의도와는 다르게 누군가에겐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이와 함께 해당 영삭을 삭제했다고 밝히면서 "시청자분들께서 해주신 비판과 말씀 깊이 새겨듣고 앞으로 콘텐츠를 만들 때 더욱 고민하고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문제의 영상은 김지영과 쯔양의 먹방 콘텐츠였다. 김지영은 구독자 16만명의 유튜브 채널 '폭씨네'에서 필리핀에서 온 외국인 며느리 콘셉트의 인물 니퉁을 연기했고, 이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 지난해 11월 부활한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니퉁의 인간극장'이라는 코너를 운영해 왔다. 해당 영상에서도 김지영은 어눌한 말투로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이라며 "원래는 농부의 마누라였는데 지금은 개그우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지영의 말투를 본 쯔양은 "어떻게 그렇게 하시는 거냐"며 "말투 흉내를 잘낸다"고 말했고, 이에 김지영은 "필리핀 사람이니까"라고 답했다. 이후 옷을 갈아입고, 등장한 김지영은 "한국 사람"이라며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고, 여권도 없다. 서울 토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니퉁이 필리핀 사람을 희화화한 게 아니냐"며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자신을 필리핀 국민이라고 밝힌 몇몇 네티즌들은 "하나도 재밌지 않다", "필리핀 사람의 억양은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편함을 전했다. 한 네티즌은 "필리핀엔 니퉁이란 이름 없다"며 "필리핀 국기를 사용하려면 더 잘 조사했어야 한다. 이건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네티즌들도 니퉁 캐릭터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의 어설픈 발음을 따라하며 유머 소재로 삼는 게 인종차별이라는 걸 모른다는 게 실망스럽다"며 "만약 유럽에서 손흥민, 미국에서 BTS 발음을 조롱하며 유머로 써먹는다고 생각해보라. 아주 저급한 유머"라고 전했다. 쯔양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대형 크리에이터로서 좀 더 자각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필리핀 분들이 이렇게 지적을 많이 하는데 확인을 안 하나"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지영과 니퉁 캐릭터는 '개그콘서트'를 이끄는 김상미 CP가 제작발표회에서 직접 섭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CP는 "유튜브 코미디는 스케치 코미디가 많아서 무대에 올릴 경우 반전 포인트나 웃음 포인트가 약한 게 있었다"라면서 "'니퉁의 인간극장'은 공개 코미디로 전환해도 충분히 웃음을 드릴 수 있겠다 싶어 섭외했다. 적극적으로 구애했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 4일 첫 방송 돼 한때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21년 만인 2020년 6월 26일 종영됐다. 현재 방영 중인 '개그콘서트'는 3년 만에 이를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간판 코너로 꼽혔던 '니퉁의 인간극장'의 니퉁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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