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은 지난달 16일 발행주식 총수의 22.5%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밝혀 관심을 끈 곳이다. 당시 주가는 25.76%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나흘간 12.52% 하락하며 상승분의 절반을 반납했다. 이후 저PBR주에 대한 관심 속에 주가 회복에 성공했지만, PBR은 큰 차이가 없다.
소각을 발표한 동원산업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주요 상장 지주사의 평균 PBR은 0.55배에 머물고 있다. 최근 주가가 올랐는데도 롯데지주(0.37배), GS(0.38배), LG(0.55배) 등이 모두 1배에 못 미친다. 지난달 17일 있었던 정부 발표 전(0.29~0.45배)과도 비슷하다. 자사주 소각 등의 노력을 수반해도 PBR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작년 9월 발행주식 총수의 4%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지만, 정부 발표 전까지 PBR은 0.17배였다. 현재도 0.23배 수준이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진행했거나 계획을 밝힌 우리금융지주(0.36배), KB금융(0.51배), SK디스커버리(0.29배) 등 다른 지주사와 중간지주사의 PBR도 비슷하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많게는 25% 넘게 올랐지만, ‘PBR 1배’와는 아직 괴리가 크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다른 주주가치 제고 활동과 병행해야 효과가 배가된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해당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달 하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저PBR 기업을 공표할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와 코스닥 상장사 150곳이 대상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주가 상황마다 소액주주의 유불리가 달라지는 행위이고, PBR 공시도 그 자체만으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며 “기업의 경영활동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화해 주주에게 신뢰를 심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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