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이어 공사비 폭탄…재건축 '1+1 분양' 사라진다

입력 2024-02-06 17:40   수정 2024-02-07 00:29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이 두 채를 받는 ‘1+1 분양’을 백지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큰 데다 조합도 일반분양을 늘려 공사비 인상 리스크를 줄여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정비사업 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10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말 열린 총회에서 ‘조합원 1+1 분양’ 계획 취소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음달 조합원을 대상으로 주택형 변경 신청을 받고, 바뀐 계획안을 토대로 관리처분계획 변경도 추진할 방침이다.

조합원의 1+1 분양 취소는 공사비 인상 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합은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으로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9월 3.3㎡당 490만원이던 공사비를 748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 분양가가 높기 때문에 전체 사업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유세 부담 때문에 조합원 스스로 1+1 분양을 포기한 게 아니라 조합 차원에서 안건 자체를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1+1 분양은 도심 내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 도입된 제도다. 종전주택평가액 또는 주거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2주택 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새로 받는 주택 중 한 채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이어야 하고, 3년 이내에는 처분할 수 없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 세금을 크게 높이며 인기가 한풀 꺾였다.

서울 인기 주거지에서도 사업성을 우려해 1+1 분양을 취소하면서 비슷한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원 간 갈등으로 불거져 사업 지연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북아현 2구역의 경우 당초 조합이 추가 1주택은 조합원이라도 일반분양가로 받도록 하는 안을 추진했다가 무산되자 총회에서 1+1 분양 자체를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에 공급을 늘리려면 ‘1+1 분양’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초구 메이플자이 역시 조합원들이 세금폭탄을 우려해 1+1 분양을 포기하면서 공급 가구 수가 줄었다. 일반분양 물량도 애초 236가구에서 162가구로 감소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이번에 통과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대상지인 경기 분당과 서울 목동 등에 대형 주택이 많다”며 “1+1 분양을 활용해 대형 주택형 소유자의 동의율을 높이고 소형주택 공급을 늘려 주택 공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에서 1+1 재건축 유도를 통해 약 3만6000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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