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응 방식과 달리 사후약방문식으로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작동되는 독특한 법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명칭에서 보듯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구속 등의 처벌이 두려운 사업주가 재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유감스럽게도 효과는 기대 이하다.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재해 예방시스템에 있다. 고용부 소속 산업안전감독관부터 전문성이 떨어진다. 직무와 무관하게 일반 공채로 선발하는 데다, 상당수가 순환보직을 통해 산재 예방행정에 투입되는 탓이다.
감독관 규모만큼은 세계 최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810명으로 2016년(350여 명)에 비해 2.3배 정도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며 인력을 대거 확충한 결과다. 이는 노동자 100만 명당 39.6명으로 미국의 12명, 일본의 16.8명보다 훨씬 많다. 이 정도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도 산업재해가 대폭 줄었어야 마땅하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과 구조다.
50인 이하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영세사업장의 공포가 증폭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현장의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재해 예방 기능을 강화하도록 산업안전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엄벌만능주의가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망령부터 걷어내야 한다. 공개처형도 불사하는 북한, 중국 등이 산업재해 예방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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