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는 가업을 승계하는 전통과 제도적 지원 등이 꼽힌다. 일본은 1947년까지 장남이 가업과 유산을 상속·승계하는 것을 의무화한 가독상속 제도를 이어가며 장남이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감면해줬다. 2007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승계난을 겪자 가업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전액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특례사업승계제도를 2018년 도입했다. 그러자 2년 만에 신청 건수가 연간 3815건으로 10배 급증했다. 이 덕택에 일본 산업계에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활력이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에도 여전히 24년 묵은 징벌적 상속세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50%)이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까지 감안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로 태어난 창업자들이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대거 ‘승계 절벽’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런 상속세 부담 탓에 가업을 물려주지 못해 폐업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도 가업 승계 때 부담을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지난해 확대했지만, 여전히 공제 대상이 협소하고 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이용이 적다. 게다가 과도한 상속세는 주가를 눌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주범으로도 지목받는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5개국에는 아예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도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상속세를 걷는 것보다 가업을 이어받아 법인세를 더 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부의 세습’ ‘부자 감세’라는 시대착오적 프레임에 발목 잡혀 있을 여유가 없다. 상속세제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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