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이어 기름값 들썩…총선후 물가 '비상'

입력 2024-02-06 18:35   수정 2024-02-14 16:21


설 연휴를 앞두고 농산물에 이어 기름값까지 들썩이면서 서민물가 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른 일시적인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에 더해 총선이 끝난 후 공공요금이 잇달아 인상되면 물가가 크게 뛰어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7주 만에 상승한 기름값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다섯째 주(1월 28일~2월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보다 L당 15.3원 오른 1579원이었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L당 12.9원 상승한 1485.9원이었다. 지난해 10월 둘째 주 이후 처음으로 주간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했다. 경기 회복 기대가 본격 반영되면 기름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30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4.5%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5일 종전(2.7%) 대비 0.2%포인트 오른 2.9%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하락한 것은 유가 하락과 공공요금 동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0% 하락하면서 전체 상승률을 0.21%포인트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반면 작년 1월엔 전년 동월 대비 4.8% 오르면서 전체 상승률을 0.22%포인트 끌어올렸다. 작년 1월 28.3%에 달한 전기·가스·수도요금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엔 5.0%였다. 작년 1월엔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물가 상승률에 미친 기여도가 0.94%포인트였는데, 지난달엔 0.19%포인트로 급감했다. 정부가 전담 공무원까지 지정하면서 업체에 가격 동결을 압박한 가공식품은 물가 상승률이 작년 1월 10.3%(전년 동월 대비)에서 지난달 3.2%로 크게 둔화했다.

유가 하락에 더해 정부가 공공요금 등을 동결한 덕분에 물가가 2%대로 내려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오르면서 작년 8월(3.9%) 이후 6개월째 3% 이상을 유지했다.
총선 후 공공요금 줄인상되나
정부도 기름값 상승 여파로 다음달부터 물가가 다시 3% 안팎으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물가 관리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한 후 기한을 일곱 차례 연장했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적용되는 인하율은 각각 25%, 37%다.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휘발유는 L당 205원, 경유는 212원이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서민 체감물가가 훨씬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4월 총선 이후 그동안 억누른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엔 공공요금 기조를 동결로 잡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교통요금을 비롯한 각종 인상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5월 이후 동결된 전기·가스요금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감안할 때 연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 요금도 이르면 7월부터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연된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하면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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