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이 '어닝 쇼크'…2차전지·정유주 털썩

입력 2024-02-06 18:27   수정 2024-02-07 00:34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밑돈 상장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4분기 실적 발표 기간이 중반을 지난 가운데 코스피200·코스닥150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어닝 쇼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2차전지와 정유 업종이 특히 부진했다. 실적 부진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일부 종목은 저PBR주 열풍에 올라타 주가가 급등했다.
주요 종목 절반은 어닝 쇼크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200, 코스닥150 상장사는 이날까지 총 119개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350개 상장사 중 34%가 2023년 실적 발표를 마친 것이다.


이 중 4분기 어닝 쇼크를 낸 기업이 62개로 절반을 넘는다. 증권사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대비 실제 영업이익이 10% 이상 낮은 기업은 에쓰오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HD현대인프라코어 등 53곳이었다. 기존 추정 대비 적자가 심화한 기업은 SK스퀘어, 현대제철 등 3곳이다. 기존에는 흑자 전망이었으나 실제로는 적자 전환한 기업은 한화오션, 호텔신라, BNK금융지주 등 6곳이었다. 반면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이 10% 이상 높거나 컨센서스 대비 흑자 전환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은 SK하이닉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등 19개에 불과했다.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 기준으로 봐도 기존 전망 대비 부진했다. 증권사 전망치가 존재하는 111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20조2300억원으로 증권사 컨센서스 합산액인 25조7789억원보다 약 21.5% 낮았다.

다만 일회성 비용 및 성과급 지급 등을 고려하면 4분기 어닝 쇼크는 매년 반복되는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4분기 실적은 증권사 추정치 대비 평균 18.7%를 밑돌았다”며 “현재까지 4분기 실적은 평균 대비 조금 더 부진한 수준”이라고 했다.
정유·2차전지 울고 하이닉스 웃고
어닝 쇼크 기업에는 정유 및 2차전지 종목이 많았다.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은 75억원에 그쳤다. 컨센서스(837억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과 정제마진 하락 등이 주된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원, 삼성SDI는 311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 대비 각각 42.4%, 29.1% 낮은 금액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더불어 스마트폰·전자기기용 배터리 수요가 부진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깜짝 실적을 내놓은 기업 가운데선 SK하이닉스가 돋보였다. 당초 514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뒤엎고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더불어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증가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메모리(HBM)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현대로템도 수출 호조로 증권가 예상치를 90.3% 웃돈 6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증권가 전망을 각각 43.5%, 46.3% 웃돈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부 종목은 4분기 어닝 쇼크에도 저PBR주 열풍에 올라타 주가가 올랐다. 두산과 LG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각각 25.5%, 68.7%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 10거래일 동안 주가는 두산 14.9%, LG 23.5% 뛰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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