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엔텍뿐만 아니다. LG화학과 필옵틱스 등이 자회사 상장 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탔다.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에 따른 모회사의 기업가치 하락과 공모가 거품이 한국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과 지수 간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2014년 말 기준 1186조6233억원에서 작년 말 2111조9732억원으로 약 두 배로 늘었다. 국내 기업의 주식 총수도 같은 기간 587억7808만 주에서 1114억5176만 주로 89% 증가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1940에서 2581로 33%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시장 기업은 괴리가 더 심하다. 시총이 10년간 203% 증가하는 동안 지수는 62% 상승했다. 반면 해외 주요 증시는 지수와 시총의 차이가 크지 않다. 미국 S&P500지수는 소속 기업들의 시총이 10년간 123% 늘어나는 동안 117%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 시총과 지수 간 차이가 큰 이유로는 자회사의 쪼개기 상장과 유상증자, 저조한 자사주 소각 등이 꼽힌다. 시총에는 신규 상장 주식이 제때 반영되지만 코스피지수는 왜곡을 막기 위해 유상증자와 신규 상장 등을 반기 개편 때 적용하기 때문이다.
공모주시장의 거품도 증시 왜곡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새내기종목의 주가가 상장 직후 치솟았다가 이후 폭락하면서 공모가에 거품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 SLL중앙과 LS의 자회사 LS이링크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새내기종목의 주가 급등락이 이어진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신뢰도는 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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