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둘러싸고 나타난 각종 백태가 올 4월 총선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각종 꼼수를 막기 위한 제도 보완이 지난 4년간 거의 이뤄지지 않아 똑같은 방식으로 선거 절차를 교란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선거 꼼수로는 ‘병풍 유세’가 꼽힌다. ‘모(母)정당과 위성정당이 서로에 대한 지지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법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다. 모정당과 위성정당의 후보가 같은 색 점퍼를 맞춰 입고 똑같은 트럭에 올라 각자 유세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위성정당 후보가 모정당 후보 옆에 서서 ‘병풍’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유권자에게 특정 위성정당에 대한 투표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암시 유세’ 역시 올해 총선에서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선거 운동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위성정당을 직접 지지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번을 기억해달라’는 식으로 암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2020년 4·15 총선에서 민주당은 노란색으로 ‘1’과 ‘5’를 크게 부각한 선거 차량을 제작해 유세에 동원했다.
“15일 총선에 참여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론 민주당의 지역구 기호 1번과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기호 5번을 부각했다는 분석이다. 위성정당과 모정당의 기호가 2번으로 같았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2번에는 둘째 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의원 꿔주기’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앞 기호 번호를 확보하기 위해선 현역 의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성정당에 후보를 빌려준 뒤 선거 후 재합당하는 방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의원이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선거 보조금도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구 불출마를 결정한 비례대표 의원들이 주로 위성정당행을 택한다”며 “재합당 후 ‘무언가 챙겨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탈당하는 ‘텔레파시 탈당’도 일어난다”고 전했다.
정소람/배성수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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