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셋값 상승의 이면에는 전세 사기에 따른 경매 물건 증가, 역전세 등 시장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게다가 향후 유주택자가 보유한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겠다는 규제 강화 방향도 제시되면서 임차인의 시장 전망에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렇게 갈피를 잡기 어려운 시장일수록 일련의 현상이 갖고 있는 의미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27주라는 가격 상승 기간은 과거 시장 변화에 비하면 큰 의미를 갖진 않는다. 이번 상승 시기를 맞이하기 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5주 연속 하락했고(2022년 7월~2023년 7월) 또 그전에는 153주 연속 상승(2019년 6월~2022년 7월)했다. 물론 27주가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통상적인 시장의 변화를 벗어나는 장기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
전셋값 변동 폭의 측면에서도 최근의 전셋값 변화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하락기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이 13.2%(월평균 1.1%) 내린 반면, 최근 27주간 상승 폭은 1.1%(월평균 0.27%)에 불과하다. 게다가 153주 연속 상승하던 시기 전셋값이 22.2%(월평균 0.58%) 오른 것과 비교하더라도 최근 전세 가격 상승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전셋값이 완만한 속도로 상승하다 보니 절대적인 전셋값도 2년 전에 비해 낮은 ‘역전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약 3년2개월 전인 2020년 11월과 유사한 수준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2년 전에 비해 13%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택 매매시장에서는 여전히 ‘역전세’를 막아내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의 급매물이 출연하고 있다. ‘역전세 탈출’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세대출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인 DSR 규제도 전셋값 상승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최초 도입은 유주택자가 보유한 전세대출에만 우선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임차인은 전세대출 의존을 줄여가게 되고, 전셋값도 과거 고점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연 5%를 넘어섰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최근 연 3%대로 하락했다.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5%대를 지속할 정도로 월세 강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주택 공급이 과다한 지역을 제외하면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앞서 살펴본 자료와 같이 지금의 전셋값 상승은 시장의 장기 추세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보긴 어렵고 안정적인 스텝으로 회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시장 변화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갖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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