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를 빌미로 상습 무단결근한 노조 간부 등에 대한 대규모 파면 조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파면 등 최고 중징계 대상자만 65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서울시 김종길 의원 통해 서울교통공사에서 입수한 조사 결과서에 따르면 공사 감사실은 최근 징계심의위를 열고 차량사업소 소속 A씨 등 상습 무단결근자 9명에 대해 인사처에 파면을 요구했다. 감사실 징계 요청은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확정 공고는 이달 안에 날 전망이다.
조사 결과서에 따르면 한 차량사업소 소속 A씨는 무단결근이 무려 151회나 확인됐고, 기계사업소 소속의 한 직원도 139회나 무단결근한 게 확인됐다. 다른 7명의 직원 중 6명도 무단결근 일수가 100회를 훌쩍 웃돈다. 파면 대상 9명 중 제1 노조인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소속이 6명, 제2 노조인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 소속이 3명이다.
앞서 공사는 지난해 12월에도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를 쓴다는 핑계로 무단결근한 사실이 적발된 노조 간부 3명을 파면하고 1명을 해임한 바 있다.
▶본지 12월 18일자 A25면 참조
이번에 파면 요구 대상이 된 9명은 결근 빈도 등이 지난 12월 파면된 3명에 비해 심각해 파면 징계가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사 내부 의견이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교섭 등 일부 노조 활동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주는 제도다. 공사는 전체 노조 간부 300여 명 중 32명만 타임오프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서울교통공사 등을 상대로 타임오프제 운영과 관련한 감사를 벌인 결과 근무 기록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노조 간부가 다수 있다는 감사 결과를 공사에 통보한 바 있다.
이에 공사는 타임오프 사용자인 노동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311명이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조사 대상에 올라 있으며 그 중 187명(노동조합 간부 72명 포함)은 '출·퇴근기록 부존재' 일수가 1일 이상으로 조사돼 징계 대상자로 분류됐다.
공사는 이번에 파면을 요구한 9명에 이어 나머지 180여명의 징계 대상자에 대해서는 소명 자료 검토 등 최종 검증 및 확인을 거쳐 순차적으로 징계 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공사 인사규정 등에 따르면 7일 이상 연속 무단결근자는 파면·해임 등 징계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15일 이상 결근한 사람만 65명"이라며 65명까지 파면 등 중징계 조치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7일 이상 무단결근한 사람만 1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이미 지난 12월 직원이나 노조 간부들의 무단결근을 눈감아 주거나 방관한 관리 감독자도 문제라는 판단 아래, 중간관리자 16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에 착수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구체적인 징계 사항은 강등 1명, 정직 8명, 감봉 4명, 견책 2명, 경고 1명이다. 조사 대상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나면서 공사 내부 청렴감찰처는 지난달 15일 인력을 3명 증원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서울교통공사 경영진이 되레 노조 간부들의 대량 징계를 완화시키기 위한 구명 활동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내 제3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은 7일 입장문을 내 “노조 간부들이 무단결근 불법행위를 축소하고자 서울시, 국회, 대통령실을 찾아 은폐 축소에 나서려 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다”며 “경영진도 노사 상생이란 명목으로 노조 간부를 두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공사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징계 처분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길 의원은 "공사 인사 규정 상 고의적인 무단결근은 최소 강등, 통상 파면 내지 해임이 원칙"이라며 "원칙에 따른 징계 처분은 서울교통공사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방만한 공공기관 개혁의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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