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가짜 탄원서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한 마약사범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해경)는 챗GPT로 탄원서를 위조한 A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다가 같은 해 10월 법정 구속됐다.
구속된 A씨는 지인, 가족 명의 탄원서를 다수 제출하며 보석 석방을 노렸다. 그는 같은 해 11월 한 지자체 체육단체 팀장인 B씨 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A씨가 해당 체육회와 협력해 공익활동을 여러차례 했으니 이를 감안해 선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 사건을 담당하던 정기훈 검사는 B씨 명의의 탄원서를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문체가 부자연스러웠다. B씨 탄원서에는 A씨가 해당 체육회에서 어떤 공익활동을 했는지 담겨있지 않았다. 또 "피고인이 정당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에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웠다" 등 엉뚱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정 검사는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체육회 및 구치소에 사실조회를 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A씨가 지인에게 각종 키워드를 주면서 챗GPT로 탄원서를 생성해달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씨는 해당 체육회와 관련 활동을 전혀 한 바 없고, B씨와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A씨는 지인에게 전달받은 탄원서 샘플에 자신의 지장을 찍어 법원과 검찰에 제출했다.
지난 2022년 10월 대검찰청은 전국 검찰청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계약서·합의서·탄원서 등 증거자료의 진정성에 의심 정황이 있는 경우 그 진위를 철저히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앞으로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증거 조작, 위조 범행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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