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창동에는 지난해 12월 KB금융그룹이 문을 연 노인 전용 실버주택이 들어서 있다. 광화문에서 6㎞ 떨어진 곳으로, 시내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걸린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하면서 입주 노인의 건강 관리와 응급 대응은 물론 문화 여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한만기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 시설장은 “전문적인 관리를 받으면서 기존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입주 노인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도심 속 ‘중상층 은퇴자’를 겨냥한 실버주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 시내 실버주택은 보증금만 수억원에 달해 초고소득 노인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예컨대 자양동에 있는 실버주택 더클래식500의 보증금은 9억원, 월세는 관리비 등을 포함해 약 500만원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전용 34~66㎡·사진)는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낮췄다. 월세는 면적에 따라 최소 290만원부터 시작한다. 월세에는 스파, 영화관, GX룸 등 커뮤니티시설 이용료가 포함돼 있다. 가구마다 건강모니터링 및 동작감지 센서가 있어 수면 중에도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총 164가구로, 현재까지 10%가량 입주 계약이 이뤄졌다. 입소 연령 제한이 없어 75세 이상 고령자도 입주가 가능하다. 반려동물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실버주택과의 차별점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도심 속 실버주택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 내년이면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 등 헬스케어 계열사를 운영하는 대형 금융그룹의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는 이유다. KB뿐 아니라 신한금융그룹 역시 수도권에 요양시설 및 실버타운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라이프케어는 2025년 경기 하남시에 60~70명 수용 규모의 도시형 요양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서울 은평구에도 실버타운을 운영하기 위한 용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만큼 도시 내 실버주택 공급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재 30인 이상 요양시설을 건립하려면 노인복지법상 토지나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 실버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용지 매입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KB 평창카운티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를 조성해 매입한 건물에서 KB골든라이프케어가 시설 운영을 대신하는 형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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