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지역은행 위기, 우리도 '회색 코뿔소' 경계 소홀히 해선 안돼

입력 2024-02-07 17:52  

미국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지역은행 위기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엔 뉴욕이 주 영업지역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다. 이 은행 주가는 지난달 31일 37.7%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5거래일 동안 4일이나 두 자릿수 하락을 나타냈다.

NYCB 주가 폭락을 불러온 것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위험이다. 미국에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재택근무가 엔데믹 이후에도 사무실 근무로 빠르게 전환되지 않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발달로 인력 수요가 감소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 전체를 기준으로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9%대에서 최근 13%대로 치솟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20% 이상 하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많이 내준 지역은행으로선 손실이 커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미국보다 한국은 금융이 훨씬 더 취약한 상황이다. 미국이야 상업용 부동산을 제외하면 다른 위험요인이 거의 없지만 한국은 도처에서 ‘회색 코뿔소’(예상 가능한 위험)가 목격되고 있다. 당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큰 문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부동산 PF 대출잔액 130조원 중 최악의 경우 70조원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등 구조조정을 한다지만 이것으로 부실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1000조원을 웃도는 자영업자 대출 중 정책 지원이 중단되면 40조원이 부실로 내몰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도 나와 있는 상태다. 여기에 가계부채는 매년 늘어 19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니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은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대손충당금을 충분한 수준으로 쌓는 것이 우선순위일 수 있다. 위기는 시작되면 쓰나미처럼 오는 법이니 닥쳐서는 대비할 수 없다고 그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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