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K-베뉴 판매자 신청을 받는다고 7일 발표했다. 네이버 등 포털에 알리익스프레스를 입력하면 ‘셀러입점신청’ 버튼이 곧바로 나온다. 사업자등록과 통신판매업신고증이 있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입점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매출을 판매자가 모두 가져간다는 의미다. 대신 배송과 반품은 판매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K-베뉴에 입점하면 알리가 다음달 여는 ‘애니버서리 세일’에 참여할 수 있다. 11월 광군제와 함께 알리의 연중 최대 규모 할인 행사다. 알리가 할인금액 일부를 분담해 판매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알리익스프레스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중국) 직구 상품 외에 일상에서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쉽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K-베뉴는 작년 10월 알리익스프레스가 연 한국 브랜드 전문관이다. LG생활건강 애경 쿠쿠전자 깨끗한나라 한국P&G 등 2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알리는 다음달까지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 조건을 앞세워 입점을 유도했다. K-베뉴를 연 뒤 앱 월간 사용자가 넉 달 만에 약 172만 명이나 늘었다. 현재 알리 사용자는 717만여 명으로 쿠팡과 11번가에 이어 3위다.
‘K-베뉴 효과’가 입증되자 알리는 문턱을 아예 없애 누구나 입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중국 브랜드 침투가 쉽지 않은 화장품, 미용기기 등 K뷰티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는 게 국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TV 홈쇼핑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K뷰티 브랜드에 입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K뷰티는 △높은 1인당 구매 단가 △빈번한 재구매 △해외 진출 가능성 등으로 최근 온라인 쇼핑업계가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쿠팡은 ‘로켓 럭셔리’, 컬리는 ‘뷰티컬리’ 등의 코너를 개설해 CJ올리브영이 장악한 화장품 유통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리가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내자 국내 제조사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마진이 커 들어가긴 해야 하는데, 다른 e커머스와의 기존 거래 관계도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의 입점 여부에도 주목한다.
CJ는 쿠팡과 납품단가 갈등을 빚은 2022년 말 햇반, 비비고 등의 제품을 전부 뺐다. 이후 네이버 신세계 등 쿠팡의 경쟁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택배시장에선 로켓배송과 CJ대한통운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선 쿠팡플레이와 티빙이 맞붙어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을 택배사로 활용하는 알리에 입점하는 게 CJ로서 나쁠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입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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