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은 넷째 일요일이었다. 모처럼 서초구 곳곳에 활기가 돌았다. 마트와 SSM이 일제히 문을 열자 쇼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2년 만의 ‘넷째 일요일 영업’은 서초구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결단이란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매월 공휴일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휴업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규제의 최대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소비자였다. 집 근처에 마트와 SMM을 두고도 급하게 물건을 살 일이 생기면 먼 곳까지 장을 보러 다녀야 했다. 큰 불편에도 조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품 구매만 놓고 보면 그럴 수 있다. 온라인이 더 싸게 물건을 파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쇼핑은 다른 차원의 만족과 행복을 주곤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식사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마트다. 요즘 리모델링한 곳의 시설은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가 뒤늦게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나서는 지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다. 조례 개정에 의존하기보다 법을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게 빠른 길이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규제 도입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연구와 조사 결과는 쌓여 있다. 법 개정에 미온적인 야당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도 안 되면 소비자 불편을 백안시하는 정치세력에 투표의 힘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마트 영업규제 철폐라는 희망 고문은 12년이면 족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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