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발언은 이 피장파장의 용례에 정확히 부합했다. 그는 “통합형 비례정당의 본질은 위성정당이 맞다”며 “다만 여당에도 똑같은 잣대로 비판해 달라”고 강변했다. 위성정당 창당을 사실상 공식화한 자신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여당도 마찬가지’라며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가겠다는 것이다.
우선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지난 5일 주장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그는 4월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로 비례대표를 선출하겠다며 위성정당 대신 ‘통합형 비례정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다. “통합형 비례정당은 기존 위성정당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맞선 범야권 비례연합전선을 주창했지만 결국 해당 정당 역시 위성정당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이틀 만에 인정한 셈이다.
기형적 위성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난립하게 된 이유를 이 대표는 여당을 향해 묻고 있다. 그는 6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칼을 들고나와 냄비뚜껑을 꺼냈다”고 말했다. 7일에도 “여당의 ‘100% 위성정당’은 당연하다고 평가하고 야당엔 다른 잣대로 비방하는 건 균형 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애초에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5일 이 대표의 발언이 관심을 끈 것은 이번 총선 비례대표제의 방향을 결정할 권한이 사실상 이 대표 개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164석의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대표에게 결정권을 일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여러 선택지 중에서 준연동형을 택했다. 위성정당의 난립을 부르는 준연동형 유지는 순전히 이 대표의 결정이다.
준연동형을 선택하더라도 민주당은 위성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정에 나설 수 있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내 다수 의원이 요구하던 것이기도 하다.
두 달 뒤 예상되는 파국을 막기 위한 여러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이 대표는 끝내 거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탓을 한다. 준연동형과 위성정당이 결합한 현행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시작부터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식 힘 정치의 결과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가운데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의당 등과 힘을 합쳐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진심으로 지금의 사태에 대해 사과하려면 자신의 과오만 솔직하게 인정하면 된다. 불필요한 변명을 붙일수록 사과의 의미는 퇴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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