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CB發 '흉흉한 이야기'에…전세계 은행들 '벌벌' 떤다

입력 2024-02-09 21:06   수정 2024-02-11 11:4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에서 시작된 상업용부동산 위기가 전세계 은행을 흔들고 있다. NYCB 주가가 반토막나는가 하면 일본과 스위스에서는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기는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럭비공같은 상태가 됐다는 흉흉한 이야기도 들린다. NYCB발(發) 상업용부동산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네 가지 질문으로 정리해봤다.
1. NYCB 주가는 왜 떨어졌나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NYCB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였다. NYCB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면서 이날 주가는 하루만에 37.67% 떨어졌다. NYCB는 지난해 3분기 1억7200만달러(약 2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나 다음 분기 2억5200만달러(약 3300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2억6200만달러 순이익을 점친 월가 전망을 완전히 비껴갔다.

손실은 NYCB가 갖고 있던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발생했다. NYCB는 두 건의 대출에서 총 1억8500만달러(약 2500억원)를 상각했다고 밝혔다. 한 건은 사무실 건물 대출이고 다른 한 건은 협동주택 대출이다. 협동주택 대출은 협동조합이 건물 전체 소유권을 보유하고 아파트 등 지분만 매매하는 형태의 부동산 대출을 말한다.

은행의 현금흐름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82%로 전 분기 대비 0.45%포인트 감소했다. NIM은 예금 이자율에서 대출 이자율을 뺀 예대금리차에 인적·물적 경비와 대출자산 부실에 따른 대손 비용 등까지 차감한 수치다. 순이자마진이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은행의 수입 흐름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시장은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연쇄 은행위기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2. NYCB는 어떤 은행인가
"지난해 은행위기의 승자가 한 방 먹었다"
뉴욕타임즈(NYT)는 NYCB의 주가 급락을 이렇게 평가했다. 작년 지역은행 위기로 몸집을 키운 NYCB가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것이다.

NYCB는 1859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중소 지역은행이다. 21세기 들어 13건의 M&A(인수·합병)를 성사시키며 사세를 키웠다. 최근 인수 두 건을 통해 대형은행으로 분류되는 자산가치 1000억달러의 문턱을 넘었다. 2022년 12월 254억달러 규모 플래그스타은행, 지난해 3월 지역은행 위기로 파산한 시그니처은행 자산 380억달러를 차례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NYCB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엄격한 유동성·자본 규제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NYCB는 실적발표에서 이러한 규제에 부합하기 위해 분기 배당금을 주당 17센트에서 5센트로 낮춘다고 밝혔다. 거꾸로 말하면 회사에 현금을 비축할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흘러나왔다.
3. NYCB 사태는 SVB 지역은행위기와 같은가
SVB의 파산과 NYCB 주가 급락은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위기라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자산 가치가 떨어진 원인은 다르다.

SVB가 파산한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렇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저금리가 유지됐고, 막대한 자금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들로 유입됐다. 스타트업들의 은행이었던 SVB는 넘치는 예금을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다. SVB의 증권 투자금액은 2020년 270억달러(약 35조9000억원)에서 2021년 1280억달러(약 170조원)로 불어났다.



SVB의 비극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2022년 1월 연 0.25%였던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연 5.0%까지 끌어올리면서 시작됐다.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하면(그리고 해당 국가가 파산하지 않는다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치 하락까지 막을 수는 없다. 당장 이자율이 연 0.25%일 때 구입한 채권과 연 5.0% 채권을 비교하면 전자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하락한 국채 가격은 SVB 자산의 미실현 손실로 이어졌다. SVB의 손실이 보유 현금보다 더 크다는 소식이 퍼지며 뱅크런이 일어났다.

반면 NYCB의 자산 가치가 손실을 낸 것은 앞서 언급한 상업용 부동산 가치의 하락 때문이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재택근무 확산과 고금리 여파로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데이터 회사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 13.6%로, 2019년 말 9.4%에 비해 대폭 올랐다. 올해 말에는 15.7%로 더 오르고, 2026년 말에는 17%를 넘을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2.25%였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2024년 4.5%, 2025년 4.9%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고금리 탓에 변동금리 대출 비용이 불어나면서 만기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 어떤 은행이 제2의 NYCB가 될까
"NYCB가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빠지는 마지막 은행은 아닐 것이다(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

NYCB 주가 폭락을 계기로 드러난 상업용부동산 위기는 전 세계 은행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일견 미국과 관련 없어보이는 스위스 줄리어스베어은행과 일본 아오조라은행은 최근 최고경영자(CEO) 사임 소식을 발표했다.

줄리어스베어 은행은 지난 1일 4분기 실적발표에서 5억8600만 스위스프랑(약 9000억원)의 신용손실을 공개하면서 필립 리켄바허 CEO가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파산한 오스트리아 부동산 그룹 시그나 등 3개 기업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여파다.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빌딩과 독일 베를린의 유명 백화점 카데베 등을 보유한 시그나는 지난해 차입 비용 급등에 따른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같은날 일본 인터넷은행 아오조라 은행 역시 다니카와 케이 CEO가 오는 4월 1일 사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오조라은행은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280억엔(약 2500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역시 상업용부동산 부실 때문이다. 아오조라은행의 총대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 4조엔(약 35조9000억원)으로, 이 중 약 3분의1이 해외 대출이고 2800억엔(약 2조5000억원) 가량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상업용부동산 위기의 충격은 미국 중소은행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미만인 중소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28.7%로 대형은행(6.5%)보다 네 배 이상 높다.

NYCB에서 시작된 위기가 미 아칸소주 지역은행 오자크은행과 뉴저지주 밸리내셔널뱅코프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자크은행과 밸리내셔널뱅코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각각 은행 수익자산의 약 63%다.



미국 정부는 중소은행 연쇄 파산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뒤덮자 진화에 나섰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6일 미 하원에 출석해 "이 문제(상업용부동산 문제)로 매우 스트레스 받는 금융기관들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NYCB 상황을 묻는 질문에 "개별 은행의 상황을 논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상업용 부동산은 금융안정 위험을 초래하거나 은행 시스템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리가 오랫동안 알던 분야"라며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위기 관리를 위해 은행들과 대손충당금 확보, 배당정책 조정 및 유동성 조정 등을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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