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설 선물세트 3만5000원짜리를 1만5000원에 팔아요.”
설 연휴가 지나기도 전에 설 선물을 중고 마켓에 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한 푼이라도 확보해보려는 심리로 보인다.
7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설 연휴 한 주 전인 지난 주부터 명절과 관련된 상품들의 검색량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한복’과 ‘선물 세트’는 각각 전체 검색어 순위 6위와 9위에 올랐다. 번개장터 등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스팸 세트, 올리브유, 흑마늘, 홍삼, 샴푸 등 판매 글이 수시로 올라오는데, 대부분 정가보다 30~4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연휴를 앞두고 회사나 지인으로부터 받은 설선물 중 직접 사용하지 않는 걸 그대로 내놓는 ‘명절 테크(명절과 재테크의 합성어)’ 현상이다. 서울 신논현동에 사는 이모 씨(30)는 “선물 세트는 이미 집에 있는 물건들이라 저렴하게라도 중고 거래로 판매하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이때 값싼 용품이 올라오는 점을 이용해 쇼핑에 나선 1인 가구·자취생들도 많다. 서울 창천동에 사는 대학생 박희연(25)씨는 “스팸이나 샴푸 등 명절 선물은 유통기한이 길어 명절 때마다 미리 구매해두는 편”이라며 “이렇게 미리 사두면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중고 구매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건강기능식품, 주류, 의약품 등의 중고거래는 불법이다. 정부가 지난달 16일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 시범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라 아직 약사법상 불법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재판매가 불법인줄 모르는 회원이 아직 많다”며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게시가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절 전 후는 중고거래 사기도 늘어나는 시기다. 정가를 속여 비싼 물건을 싸게 파는 것 처럼 위장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플랫폼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 사기는 피해 보상이 쉽지 않으니 구매자 조심이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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