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망했다" 수군대더니…개미들 2500억 '뭉칫돈' 몰렸다

입력 2024-02-13 07:30   수정 2024-02-13 09:20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중국 펀드에 2500억원 규모의 뭉칫돈을 쏟아부었다. 급락하고 있는 중국 증시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증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중국 주식형 펀드에 2548억원을 투자했다. 이 기간 국가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7701억원)의 33%에 달하는 규모다. 인도는 1227억원, 일본은 36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6개월간 중국 펀드에 몰린 돈이 1333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매수세가 더 가파른 셈이다.

그러나 중국 펀드 수익률은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1년간 중국 펀드 199종의 평균 손실률은 37.4%에 이른다. 연초 이후로 기간을 좁혀도 손실률이 11%를 넘는다. 같은 기간 일본과 인도 펀드들이 평균 6%대 수익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부진은 중국 증시가 지난 1년 사이 급락한 데 따른 결과다. 이 기간 대표지수인 CSI300은 약 18%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는 각각 12%, 28%가량 내렸다. 경제 성장률 둔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지수는 폭락했지만 개인들 위주로 관련 펀드 설정액이 늘고 있는 배경엔 '저가 매수' 심리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주가 지수가 역사적인 최저점까지 밀린 데다, 중국정부가 올 초부터 적극적인 증시 활성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상승 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5일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 인하해 1조위안(약 18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달에는 '상장기업 시가총액 관리'를 핵심성과지표(KPI)로 활용해 직접 상장기업 주가를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각국 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6일 보고서를 내고 "중국 정부는 지준율을 더 낮출 여지가 있다"며 "적절한 경기부양책이 추가로 나오면 중국 경제는 시장 기대치를 넘어 5%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중국 증시가 역사적 최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지난달 중순 이후 중국 정부가 증시와 경기 부양책을 동시에 꺼내고 있는 만큼 즉시 바닥론을 뒷받침해주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중국 '국가대표 펀드'들이 증시 부양의 일환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를 직접적으로 자극했다"며 "최근 이들 국부펀드가 관련 ETF 매수 범위와 강도를 키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만큼 그 효과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 증시가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도 반등을 확신하는 단계까진 아니지만, 조금씩 사들이며 정책 효과를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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