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공연의 인기가 뜨겁다. 전체 티켓 판매액은 2022년 1조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또 한 번의 신기록을 경신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총매출은 역대 최대치인 1조2696억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4000억원대를 지나 엔데믹이 선언된 2022년 1조2084억, 그리고 지난해까지 꾸준한 성장세다.
지난해에는 공연 시장 규모가 영화를 뛰어넘기까지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지난해 외화·한국 영화 합산 극장 박스오피스 총매출액은 1조2614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연 시장이 영화 시장을 80억원가량 추월한 셈이다.
공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장르는 콘서트와 뮤지컬이다. 대중음악은 5765억원으로 전체 티켓 판매액의 45.4%를 차지했고, 뮤지컬 티켓 매출은 4590억원으로 36.3%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뮤지컬은 엔데믹 전환 후 회복이 가장 빠른 장르로 꼽힌다. 실제로 관객이 확연히 증가했고, 이 흐름에 따라 지난해 공연 건수는 전년 대비 435건, 상연 횟수는 무려 6775회나 늘어났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자 공연의 파이 또한 키웠다.
대중적인 요소도 한껏 늘려 관객몰이에 속도를 냈다. 톱스타를 대거 기용하거나 흥행성이 입증된 대작을 올리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영웅', '레베카'가 지난해 새롭게 밀리언셀러(100만 관객 동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밀리언셀러인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도 일제히 무대에 올랐다. 올해 역시 '오페라의 유령', '노트르담 드 파리', '레베카'가 연초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작품 건수·상영 횟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작 위주에 이른바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출연 배우가 동시기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는 이른바 '겹치기 출연' 난무하고 있는 것. 라이브 공연은 배우의 컨디션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는 지점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최재림은 지난달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반복적인 음 이탈 실수로 논란이 됐는데,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겹치기 출연이 컨디션 난조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시 그는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을 동시에 소화 중이었다. 8일부터는 '레미제라블'과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무대를 오가고 있다. 최재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뮤지컬 겹치기 출연은 고착화한 상태다. 작품을 끌고 가는 주연 배우는 한 회당 체력 소모가 상당한데, 사실상 쉬는 날 없이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티켓값 상승으로 관객들의 시선이 날카로워진 상황이기에 이러한 부작용은 더욱더 치명적이다. 뮤지컬 티켓값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원 공식'은 2022년 깨졌다. 뮤지컬 티켓 매출이 425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선 해다. 매출이 늘어난 데에 티켓값 상승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뮤지컬의 최고가 좌석인 VIP석은 평균 17만원으로, 18~19만원에 책정된 작품도 있다.
지난해 총 174편의 뮤지컬을 관람해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관객상을 받은 이수명 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관극비는 왜 이렇게 오르는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높아진 비용 때문에 극 관람을 예전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며 "올해는 부디 나의 소비가 합리적이라고 느껴지게끔 관객, 배우, 제작사, 스태프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티켓 가격이 20만원대까지 치솟아 팬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대중음악 콘서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뮤지컬과 같은 맥락으로 팬덤 파워가 센 아이돌 공연이 몸값을 크게 올렸다. 팬들은 "공연장 컨디션, 공연 규모와 상관없이 가격만 오른다"며 '팬 장사'가 지나치다고 말한다.
일단 설 연휴에도 관객들을 향한 러브콜은 계속된다. 대체 휴무일까지 최장 4일에 달하는 연휴에 관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업계는 '공식 휴무일'인 월요일도 반납했다. '레미제라블', '드라큘라' 등이 12일까지 7일 연속 공연하고 화요일에 쉰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설날 당일인 10일 하루 쉬어간 뒤 이후 8일 연속 무대를 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 톱스타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티켓이 비싸졌기 때문에 관객들은 더 높은 완성도와 집중도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관객 만족도를 높이고 아울러 창작 작품 발굴에도 힘을 쏟는 등 질적 향상, 내적 성장에도 신경 써야 할 시기"라고 짚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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