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로또'인 걸 알지만…"돈 없는 2030 서러워 살겠나" [돈앤톡]

입력 2024-02-12 09:00   수정 2024-02-12 10:30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지어지는 '메이플 자이'가 예비 청약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10억원 정도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2030세대에도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간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전용 85㎡ 이하 면적대는 100% 가점제로 공급했지만, 작년 4월부터 해당 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에도 추첨제 물량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메이플자이는 일반 분양이 모두 전용 60㎡ 이하라 추첨제가 60%에 달합니다.

메이플 자이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2030세대는 대부분 여유가 있는 수요자들이었습니다. 용산구에서 왔다는 30대 예비 청약자는 "모델하우스에 왔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온 것 아니겠느냐"며 "무리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해볼 만 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광진구에서 왔다는 30대 신혼부부도 "전용 59㎡는 넣지 못해도 가장 작은 면적대를 넣어보려고 한다"며 "다른 곳보다는 면적을 줄여야 하지만 강남 입성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청약하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2030세대도 있습니다. 이 단지에 청약하기 위해선 전용 59㎡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계약금 20%와 중도금 10% 등 5억2000만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5억원이 넘는 돈은 입주 전까지 필요한 최소 금액이고 입주까지 생각한다면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갑니다.

관악구에서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는 한 30대 직장인은 "로또는 어디서든 살 수라도 있으니 당첨될 기회라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10억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됐다는 데도 당장에 현금이 없으면 청약을 넣을 수 없으니 '로또 청약'은 당첨의 기회조차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청약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를 안정시켜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아파트 가격을 일정 수준 아래로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인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 등 4개 자치구에만 적용되고 있다 보니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팀장은 "분상제는 주변 시세보다 70~80%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해 집값을 안정화하는 제도"라면서 "지금은 강남 3구와 용산구만 집어서 시행되는 '핀셋 규제'가 돼 오히려 제도의 순기능이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분양가 상한제를 서울 전 지역, 혹은 전국에 동시에 적용하게 된다면 서민들에 대한 주택 공급은 물론 집값을 더 안정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극화 현상을 줄이기 위해 청약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청약 제도 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청약을 할 수 있는 기준이 '주택 수'로 돼 있다는 것"이라면서 "청약이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한 방법이라면 오히려 신청 기준을 '자산 규모'로 바꿔야 한다. 3억원짜리 자가가 있는 1주택자와 30억원짜리 전셋집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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