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여덟 차례 도발했던 북한이 설연휴 기간 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우리 추석이나 설 등 명절 기간에 종종 도발을 감행해왔다.
김정은이 집권한지 약 1년3개월이 지난 2013년 2월 12일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설 연휴(2월9~11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우리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57분53초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규모 5.1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북한은 '핵실험 성공 발표문'을 내고 핵실험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의 규모가 2차(2009년 5월 25일)보다 더 큰 것으로 파악했다. 또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핵실험 이후 24일 만인 3월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핵무기 개발과 관련 있는 화물 검색을 강화하고 자금 차단을 위한 금융 제재 등을 담은 제재 결의안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듬해인 2014년 추석 연휴가 시작된 9월 6일엔 원산 일대에서 신형 전술미사일 추정 단거리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2016년 설 전날인 2월 7일엔 인공위성인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당시 북한은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광명성 4호를 장거리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는데, 국제사회는 이를 ICBM 도발로 규정했다.
2020년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9월2 2일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 서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 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인근에서 실종된 뒤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일대 해안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숨졌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친서를 보내 사과를 표시했지만, 우리 정부의 사건 은폐·조작 의혹까지 겹치며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도 '명절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2022년 설 연휴 하루 전인 1월 30일엔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쐈다. 당시 고각으로 발사돼 비행거리 800km, 정점 고도 약 2000km로 탐지됐다. 최대 사거리는 5000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한 건 약 5년 만이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여덟 차례 도발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엔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8일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쏘며 발사 플랫폼을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연휴 기간 도발에 나섰던 건 남한의 '취약 시간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긴장을 늦출 수 있는 휴일에 심리적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또 오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2주년 생일이 예정돼 있어 도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와 갈수록 더 잦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지난 6일엔 미국 공군 컴뱃센트 정찰기가 서해 상공을 장시간 정찰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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