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인화 "포스코의 본질은 철강…신기술 투자 늘릴 것"

입력 2024-02-08 19:24   수정 2024-02-15 16:36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다.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

재계 서열 5위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8일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69)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최정우 회장이 사령탑을 맡은 지난 6년 동안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 치여 철강 사업 경쟁력이 후퇴했다는 얘기다. 장 내정자는 “철강은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굴러가는 산업이 아니다”며 “철강 사업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신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철보국 정신 계승할 것”

장 내정자는 인터뷰 내내 ‘제철보국’(製鐵報國: 철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한다)이란 말을 되풀이했다. 포스코를 세운 고(故) 박태준 회장이 남긴 ‘포스코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철강은 자동차 전자 조선 등 모든 산업에 다 쓰인다는 점에서 국가기반 산업”이라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철강 기술에서 밀리면 한국의 모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철강은 국가들이 명운을 걸고 싸우는 산업인 만큼 신기술 투자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제철보국을 위해 철강 분야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정통 철강맨’이자 엔지니어 출신인 장 내정자가 포스코 사령탑에 오르는 만큼 ‘해야 할 일’ 리스트의 맨 앞에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를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 내정자는 33년 동안 포스코와 포스텍 산하 연구원 등에 몸담으며 연구개발(R&D)은 물론 철강 마케팅, 생산 등을 두루 경험했다. 조청명 전 포스코플렌텍 사장은 “철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지휘봉을 잡는 만큼 배터리에 집중된 투자 중심이 철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 내정자가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를 내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들여오는 철강재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산 및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각각 873만t, 560만t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싼맛’에 썼던 중국 철강재는 최근 몇 년 새 품질이 좋아지면서 찾는 기업이 늘었고, 품질이 좋아 썼던 일본 철강재는 엔저 덕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돼서다. 이로 인해 열연강판의 국산 점유율은 70%대에서 60%대로 주저앉았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포스코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다.
○배터리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
장 내정자가 키를 잡아도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대하는 기존 경영 전략을 확 틀어버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배터리 소재인 양·음극재를 제조하는 포스코퓨처엠 덩치가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조7600억원에 영업이익 369억원을 거뒀다.

배터리 소재는 모든 기업이 발 담그고 싶어 하는 미래 성장산업이란 점도 이런 예상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지난달 31일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더라도 배터리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되돌리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나오는 시나리오가 ‘배터리 투자 속도 조절’이다. 포스코그룹은 향후 3년간 전체 투자비의 46%를 배터리 소재 사업에 투입해 2030년 관련 매출을 62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철강 투자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투자 시점을 늦출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올해 배터리 관련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에 한몫하고 있다.
○백팩 메고 현장 누비는 소통형 리더
장 내정자는 ‘호화 출장’으로 논란이 된 사외이사 문제에 대해 “선정 절차를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포스코그룹이 국민 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재무 전문가, 트레이딩 전문가 등의 사외이사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할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의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장 후보는 미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사 관계에서 사측 대표로 활동해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중심의 행보를 보였다. 인자한 성품으로 구성원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사내에서는 직급과 관계없이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백팩을 멘 채 현장을 돌아다니는 소탈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2021년 주총 이후 현재까지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하면서 경영 현안을 꿰고 있는 만큼 ‘적응 기간’이 필요 없는 것도 강점이다.

김형규/성상훈/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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